TSMC, 1분기 매출 전년比 감소 예상···올해 투자도 11.8% 축소
재고조정 여파로 파운드리 가동률 급감···삼성전자도 ‘타격’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시황 부진은 파운드리 부문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파운드리는 맞춤형 주문생산 체제인 만큼 범용 반도체를 대량 양산하는 메모리와 달리 경기 영향을 덜 받지만, PC·서버·스마트폰 등 IT 제품 수요 위축이 심각하단 분석이다. 파운드리업계 1위인 TSMC도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TSMC는 12일 컨퍼런스 콜을 열고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9억3100만달러(약 24조8640억원), 순이익 94억2800만달러(11조761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50% 이상 증가한 호실적이다.

그러나 매출의 경우 증권업계 컨센서스인 209억 달러(26조720억원) 수준을 소폭 하회했다. TSMC 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미달한 건 2년 만으로 지난달 매출은 전월보다 13.5% 감소하면서 성장세도 꺾였다.

TSMC 4분기 매출에서 5나노미터(nm) 첨단 공정 비중은 32%로 전년 동기(23%)보다 9%포인트 증가했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주문 감소 영향을 받았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나노 공정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4분기 매출은 최종 시장 수요 약세와 고객 재고 조정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TSMC는 1분기 매출도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가 제시한 1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67억~175억달러(20조8240억~21조822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억6000만달러·21조8970억원)보다 낮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수요 둔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올해 투자 규모도 전년보다 10% 이상 축소할 계획이다. TSMC의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는 363억달러(45조2480억원)로 집계됐으나 올해는 이보다 11.8% 적은 320억달러(39조8880억원)를 집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실적 성장세가 끝났단 분석도 나온다. 시스템반도체 호황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파운드리 가동률은 100%에 육박했지만, 하반기 이후 90% 안팎으로 하락했다. 반도체업계는 올해 가동률이 60~7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1분기 95.7%를 기록한 파운드리 가동률이 4분기에 86.5%로 낮아지고, 올해 1분기에는 8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 산하 시장조사업체인 디지타임스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전년(1372억 달러)보다 2.3%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 역시 타격이 예상된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이미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파운드리 산업까지 꺾이면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상반기 중 적자 전환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분기부터는 첨단 공정에서도 재고 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부진까지 겹치면서 큰 폭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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