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잠정실적 발표···14년 만에 1조원 밑돌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 하향조정 중"

삼성전자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95.75% 하락한 수치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DS부문은 4조원대 중반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는 2분기 영업적자 폭 역시 1분기와 비슷한 4조원대 중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공식 인정했다.

실제 반도체 가격은 원가에 가까운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 2021년 9월까지 4.1달러를 유지하던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가격은 1월부터 평균 1.81달러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2021년 7월 4.81달러에서 지난달 3.93달러로 하락했다. 2분기 전망 역시 어둡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전 분기 대비 10~15%, 5~10% 가량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감익이 전사 감익의 주 원인"이라며 "메모리는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축소 기조가 당초 예상과 달리 분기 내내 강하게 유지되면서 출하 증가율이 기존 가이던스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부진 속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은 1분기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DX 부문 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MX) 사업부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감소에도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 호조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갤럭시S23 시리즈 출하량이 1000만대를 넘기고 평균 판매 가격도 예상보다 상승하면서 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돼 전사 실적이 전분기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메모리 반도체는 거시 환경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의 재고 조정으로 시스템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수요 위축으로 재고가 누적되고 재고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재고 평가 손익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연말 29조57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7%가 늘어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유지보수, 설비 재배치 등에 따른 기술적 감산을 시사했지만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감산 확대 필요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인위적 감산 선언은 어떻게든 2분기에 저점을 찍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반기 반등의 희망섞인 관측도 있지만 2분기에 저점을 찍느냐에 따라 반등의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감산을 보다 구체화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막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발표에 앞서 외부 고객사와의 협의도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공급이 균형에 이르는 시점을 3분기로 앞당기기 위해서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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