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10년 개발, 2019년 FDA에 첫 신청···원료업체 불순물 이슈로 실사 지연 
CMG “FDA, 불순물 이슈 종료 후 재검토”···허가 획득 시 5조원 규모 미국 시장 진출 가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CMG제약이 개발한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제 ‘데핍조’의 미국 FDA(식품의약국) 품목허가 재신청이 지연되고 있어 올해는 가능할지 주목된다. 정제를 필름형으로 변경한 데핍조의 향후 허가 획득 여부는 원료업체 불순물 이슈가 종료된 후 FDA가 결정할 전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MG제약이 지난 2013년부터 연구를 진행한 데핍조는 조현병 치료 개량신약이다. ‘아리피프라졸’ 성분의 오리지널 정제 품목을 구강붕해필름으로 제형 변경한 제품이다. 구강붕해필름이란 물 없이 혀 위에 올려 간편하게 복용이 가능하면서도 복약순응도를 높인 제형을 지칭한다. 기존 물 없이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제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구강붕해필름은 물 없이 언제 어디서나 빨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복용편의성을 높인 제형”이라며 “국내에서는 CMG제약과 서울제약 등 소수 업체가 개발을 진행, 흔치 않은 제품군”이라고 말했다.   

CMG제약의 제품 개발 후 FDA 품목허가 추진 과정은 쉽지 않았다. CMG제약에 따르면 당초 회사는 지난 2019년 12월 FDA에 데핍조 허가를 신청했지만 앞서 같은 해 6월 데핍조 원료업체 인도 ‘헤테로’사가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에 불순물 이슈가 발생했다. 고혈압 치료제 원료와는 별개인 조현병 치료제 데핍조도 보완 지시를 받으며 FDA 현장실사가 지연됐다. 이후 고혈압 치료제 불순물 이슈는 해결됐지만 헤테로사에서 또 다른 불순물 ‘아지도’가 나오면서 FDA 실사가 다시 지연됐다. 

CMG제약 관계자는 “지난 2020년 8월 FDA로부터 원료업체 불순물 이슈가 종결되면 실사 등이 재검토 가능하다는 문서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불순물 이슈 해결 시점은 FDA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제의 허가 진행 단계이므로 주성분 원료를 변경하면 생산, 안정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다시 해야 하므로 원료업체 변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즉 공교롭게 데핍조 원료업체에서 잇달아 두 번의 불순물 이슈가 발생한 것이 허가 결정 지연 사유이고 업체 변경도 어렵다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CMG제약은 지난 2021년 10월 IR(기업설명회)에서 2022년 하반기 데핍조의 FDA 허가 재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5월 IR에서 회사는 2023년까지 허가 재신청을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CMG제약의 데핍조 FDA 허가 추진을 지켜보는 업계 시각은 긍정론이 적지 않다. 자금과 인력 등을 장기간 투자하며 중견 제약사가 제형 변경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거두면 긍정적 여파를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 실사 지연 사유가 CMG제약 자체 문제가 아니라 원료업체 불순물 이슈이기 때문에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실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른 제약사 사례를 보면 10여년 동안 개발을 진행한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CMG제약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CMG제약이 허가 재신청 절차를 거쳐 데핍조의 FDA 허가를 획득할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조현병 치료제 시장은 연간 5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은 2400억원대로 추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데핍조가 FDA 허가를 받게 되면 미국 시장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것이어서 진출 자체만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조현병을 포함한 CNS(중추신경계) 시장은 지속 확대되고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CMG제약 조현병 치료제 데핍조의 FDA 허가 여부는 원료업체 불순물 이슈에 대한 FDA 종료 결정 후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회사가 10여년간 공을 들인 데핍조가 허가를 받으면 다른 중견 제약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게 된다. 반면 허가 획득에 실패하면 그동안 투자한 자금 등 노력이 헛수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시장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다는 차원에서 제약사들이 FDA 허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 개발과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이 FDA 허가이기 때문에 지금도 업체들이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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