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대부분 차종 출고 빨라져···13개월 넘는 모델 단 3종으로 줄어
고금리에 신차 계약 취소 잇달아···제네시스 특근 취소
가격 방어도 쉽지 않을 듯···싼타페·팰리세이드 최대 7% 할인 실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이달 출고 대기기간이 대폭 짧아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면서 지난 1월에 전년대비 출고기간이 대폭 줄어든데 이어 이달에도 대부분 차종의 출고 기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판매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최근 고금리로 인한 신차 계약 취소와 함께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방어가 어려워졌다는 점 등은 실적 개선에 우려되는 부분이다.

2일 현대차, 기아 영업점 납기표에 따르면 이달 출고까지 1년 넘게(1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차는 아이오닉6(13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18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16개월) 등 3차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차량은 1년 혹은 그 이내에 출고가 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대란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9월의 경우 13개월 이상 출고를 기다려야 하는 차량이 현대차 7종, 기아 7종 등 총 14종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기기간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또한 지난 1월과 비교해 일부 모델의 경우 출고 기간이 최대 6개월 줄었으며, 대부분 차종이 1~4개월가량 감소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는 반도체 대란이 완화되면서 생산이 정상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열린 2022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반도체 수급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내수 판매가 전년대비 13.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전년대비 9.6% 성장한 432만1000대를, 기아는 전년대비 10.3% 증가한 320만대로 계획을 세웠다.

다만 고금리로 인한 판매 여건 악화는 변수다. 최근 고금리로 인해 신차 계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백오더(주문대기) 물량이 빠르게 감소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성장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

새해 초부터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 라인(51라인)의 경우 고금리로 인해 신차 계약 및 배정 취소 사태가 증가하면서, 생산량 확대가 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달 첫째주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악화와 중고차 가격 급락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속해서 수요 감소가 이어질 경우 가격 방어도 쉽지 않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및 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현대차그룹은 신차를 내놓을 때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렸지만, 판매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팰리세이드 신형을 내놓으며 200만~500만원 가까이 가격을 올렸으며, 신형 그랜저도 500만원 가까이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9조8198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테슬라의 경우 수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모델3 롱레인지의 경우 2021년 초 5999만원에서 2022년 7월엔 8469만원으로 2470만원이나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자 테슬라는 가격 인하에 나섰고, 다른 자동차 기업들도 가격 인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이달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디젤 모델의 경우 2022년 11월 이전 생산 차량에 대해선 7%, 2022년 12월 생산분에 대해선 5% 할인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현대차에서 할인을 찾기 어려웠으나 최근 고금리로 인한 신차 계약 취소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싼타페는 이달 작년 11월 생산한 디젤차량에 대해 최대 7% 할인을 실시한다. /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싼타페는 이달 작년 11월 생산한 디젤차량에 대해 최대 7% 할인을 실시한다. /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이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부터 자동차 할부 금리가 3개월마다 바뀌는 변동금리 상품을 이날 출시했다. 추후 금리가 인하될 경우 고객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도해지 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난 완화에 따른 생산량 확대로 판매량이 늘어나겠지만, 고금리가 계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수요가 꺾을 수 있다”라며 “특히 공급이 다시 늘어나면서 수급균형이 맞춰진다면 작년과 같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도 최근 컨콜에서 “올해 자동차 수요 회복이 예상되나 긴축정책 확대, 금리 부담 가중, 에너지 비용 상승 및 소비 위축 등 불확실성도 존재해 목표치보다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