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차·기아 나란히 매출·영업이익 사상 최고 기록
올해 반도체 수급 정상화에 따른 생산 확대 및 고수익 차종 늘리며 10% 이상 성장 전망
IRA로 인한 미국 전기차 축소 및 중국 시장 부진 등 악재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생산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 판매 물량 증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친환경차 등 고수익차종 비중 확대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실적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27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42조5275억원(전년대비 21.2%↑), 영업이익 9조8198억원(47%↑)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매출 86조5590억원(23.9%↑), 영업이익 7조2331억원(42.8%↑)을 달성했다.
여기에 지난해 3분기 현대차와 기아가 세타2 GDI 엔진 관련 품질비용으로 각각 1조3602억원, 1조5442억원 등 총 2조9044억원을 반영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양사 영업이익은 더 높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데는 반도체 수급난 해소에 따른 생산 물량 증가와 SUV·친환경차 등 고수익차종 판매 확대, 달러강세로 인한 환율 효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풀리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쌓여있던 적체물량이 해소되면서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 판매량은 394만2925대로 전년대비 1.3% 늘었으며 기아는 290만1849대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차의 경우 현대차는 50만5000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19.6% 늘었으며, 판매 비중은 12.8%로 전년대비 2%p 올랐다. 기아는 친환경차 48만7000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54.8% 성장했다.
이 중 현대차는 전기차 20만9000대 판매하며 친환경차 성장을 이끌었고, 기아는 하이브리드(HEV)가 전년대비 78% 늘어난 25만3000대를 달성하며, 전체 친환경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도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연간 판매 목표를 글로벌 산업수요와 생산 정상화를 고려해 전년 대비 10% 증가한 432만대로 설정했다. 또한 매출 성장률도 판매 증가와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등을 감안해 전년대비 10.5~11.5%로 정했고, 영업이익률도 최대 7.5%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기아는 판매 목표를 전년대비 10.3%증가한 320만대로 정하고, 매출액은 12.7% 증가한 97조 6000억원, 영업이익은 28.6% 증가한 9조3000억원, 영업이익률은 9.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에 따른 전반적 수요 위축 우려···美 IRA 및 中 해외 진출 가속화 부담
현대차그룹이 올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변수는 있다.
우선 고금리에 따른 신차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사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생산량이 늘어 판매 확대가 예상되지만, 고금리에 따른 신차 계약 취소도 동반될 수 있다.
이달 현대차·기아 납기표를 살펴보면, 1년 이상 걸리던 신차 출고 기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모델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9월 대비 1년 가까이 출고가 빨라지기도 했다.
이는 반도체 공급 정상화에 따른 생산 증가도 영향을 미쳤으나, 고금리에 따라 자동차 할부 부담이 높아지면서 신차 계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평균 금리가 최근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실제 차량 구매 가격이 수백만원 가까이 높아져 차량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이 경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최근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면서 미국 현지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달 신차 주문량이 생산량의 2배를 넘어서며 테슬라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리스차량 중심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리스 전기차에 대해선 북미산이 아니더라도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며, 현대차는 올해 리스 전기차 비중을 기존 5%대에서 3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 중 15% 상당은 IRA 적용대상이 아니라 시행 후에도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경쟁에 노출되는 개인 차량 판매 비중은 40% 미만으로 탄력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2017년 사드사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 2016년 현대차그룹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와 동풍위에다기아는 180만여대를 판매했으나 사드 사태 이후 감소세를 기록하며 지난해엔 35만여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대도시 위주 딜러망을 재건하고, 현대차 ‘OE’와 기아 ‘OV’ 등 저가형 현지 전략 전기차를 내놓을 방침이다.
다만 내연기관 때와는 달리 전기차 시대에선 중국 현지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현대차 그룹 전기차가 점유율을 높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최근 해외 판로를 넓히고 있어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부담이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은 전년대비 54.4% 증가한 311만대를 기록하며, 독일, 한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달성했다.
특히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수출은 전년대비 120% 증가한 68만대를 달성하며 중국 전체 자동차 수출의 21.8%를 차지, 중국 수출을 견인했다.
과거 중국은 러시아, 이란, 중남미 등 1인 소득이 낮거나 정치적으로 가까운 지역 위주로 수출했으나 최근에는 벨기에, 영국 등 유럽과 칠레, 호주, 사우디 등 전세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미국 IRA에 따라 중국 전기차기업들이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 점유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