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SK온 '튀르키예 합작공장 계획' 무산 가능성
완성차업계, 자금력·수율 안정된 배터리사(社) 찾는 추세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가 유럽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만들 파트너로 '혈맹'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협의 중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가 손잡고 튀르키예 현지에 짓기로 한 4조원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SK온은 포드,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KOC)와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를 맺고 수도 앙카라 인근에 2025년부터 연간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상업 생산을 하는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LG에너지솔루션이 SK온을 대체할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며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SK온의 자금 조달 문제가 거론된다.
SK온은 지난해 초 상장 전 유치(프리IPO)로 4조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8000억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가량 손을 벌렸지만 투자를 이어나가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자금줄로 여겨지던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806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그룹 투자 가능성도 옅어지고 있다. SK온 마저도 실적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막막한 상황이다.
◇안정적 공급처 찾는 완성차업계
완성차업계는 안정적 배터리 공급처를 찾아 나서고 있다. 앞으로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 간 다양한 형태의 합종연횡이 더욱 잦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주요 거점별로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 포드는 SK온과 미국 내 2개 공장을 짓고 있으며 헝가리 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폴란드 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계에게 배터리사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은 합작하는데 있어 주요 고려 요소로 여겨진다. 수율이 낮을수록 생산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SK온의 해외공장 수율은 70~80%로 알려졌다. 공장 가동 후 수율 안정화까지 보통 4~5년이 걸리는데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년간 해외 공장을 운영한 경험을 통해 수율 확보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기간 내 전기차 전환을 꾀하는 포드 입장에서는 운영 노하우를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이 파트너로 적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포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업체 톱10 중 8곳과 배터리 거래를 텄거나 계약을 맺은 상태다. 또 도요타와도 제품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