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30일부터 애플페이 시범서비스 진행
NFC 단말기 설치 필수···전 가맹점 도입 시 3000억~4000억원 비용 소요
단말기 비용 지원 시 리베이트 위반 저촉···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 소요 불가피
"NFC 단말기 기설치된 가맹점 위주 서비스 시작···법적 문제 해결 이후 상용화 가능"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드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페이가 어떤 파급력을 보여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일단 아직까지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애플페이 사용에 필수적인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가 충분히 보급돼야 하는데 모든 가맹점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대카드가 NFC 단말기 도입 비용을 지원해준다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상용화 가능성에 따라 애플페이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이를 놓고 현대카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애플과 애플페이 사용에 관한 독점 계약을 맺고 상용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30일부터 신세계백화점이나 일부 편의점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이미 설치돼 있는 가맹점에 애플페이가 우선 도입될 전망이 나온다. 애플페이가 NFC 단말기만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상용화다. 애플페이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NFC 단말기 설치가 필수적인데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NFC 단말기는 한 대당 비용이 10만~15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들이 단말기를 자비로 구매할 리도 만무한 상황이다. 전국 280만개 가맹점에 단말기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비용을 떠나 카드사가 이를 부담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당초 현대카드는 가맹점에 단말기 비용 60%를 프로모션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기획했지만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리베이트 위반'에 저촉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여전법 제24조의2제3항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와 부가통신사(밴·VAN)는 대형가맹점(연매출 3억원 초과)에 부당하게 보상금(리베이트)을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부당한 보상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보상금, 사례금 등 명칭이나 방식 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대가를 포함하도록 폭 넓게 규율한 바 있다. 신용카드사와 부가통신사가 신용카드 거래를 이유로 대형가맹점에 부당하게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번에 시범서비스를 나서는 일부 지점의 경우 이미 NFC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어 새 단말기 설치가 필요 없는 곳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결제 수수료도 변수다. 애플은 신용카드 업체에 소비자 사용 금액 0.1~0.15%를 결제 수수료로 요구하고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결제 건당 5~10원의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시범 운영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수수료 책정 수위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몸집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선보일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결제 단말기와 제휴 카드사가 한정적인 상황 속에서 당분간 애플페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경쟁사인 삼성페이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애플과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현대카드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코스트코 결제 등이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시스템 업그레이드만 진행해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안다"며 "모든 가맹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시기는 단말기 지원금에 대한 법적 문제가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