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많고 품절 가능성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협상···30개 업체 생산, 약가 50원 안팎  
제약업계 “원자재 가격 높고 현 약가 낮다” 주장···연말까지 인상 폭 가닥 잡힐 듯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최근 코로나19와 독감 환자 증가에 따라 감기약 약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인상을 추진하는 감기약은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인데 약가가 50원 안팎 수준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소폭 인상은 무의미하며 100원 이상으로 올려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감기약을 생산하는 제약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제조하는 종근당 등 대형 업체와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감기약 등 의약품을 생산한 업계 노고를 치하하고 최근 코로나 확진자와 독감 환자 증가 추세를 고려해 감기약 생산, 공급 현황,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복지부가 이날 약가 인상을 거론한 감기약은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환자가 다시 늘고 독감 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정부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약가 인상을 거론한 것은 아세트아미노펜 수요가 많아 향후 품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성분 감기약 약가는 적합하다고 판단한 반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상대적으로 약가가 낮다고 정부가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고시하는 약제급여목록에 따르면 현재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는 30개 업체로 집계된다. 대부분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약가는 50원에서 52원 사이다. 이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가 조정 근거자료를 제출한 제약사는 20여개로 파악된다. 이들 업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개별 약가협상을 앞두고 사전협의에 들어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생산하는 업체는 이번에 대부분 약가 조정 신청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협의를 진행 중이므로 향후 약가 인상 비율에서 업체별로 일부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공단과 제약사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사전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향후 핵심은 인상 폭으로 분석된다. 복지부가 공개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감기약 약가 조정을 약속했기 때문에 인상은 확실하지만 인상 폭에 대해선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 입장에서 보험약가를 높게 책정받으려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히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경우 약가가 50원 안팎이기 때문에 예컨대 약가가 300원을 넘는 고부가가치 품목 제조를 포기하고 생산하는 상황을 정부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B제약사 직원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원자재 가격과 수입국가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제약사와 약가협상 결과가 각각 다르게 나올 것”이라며 “이번에 소폭으로 약가를 인상하는 방안은 향후 수급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중요성이 높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안이 의약품 약가나 급여 문제”라며 “원자재 가격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가능하다면 100원이 넘는 약가로 인상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약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수익성 등을 내세워 소폭 인상 대신 높은 비율의 약가 조정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반면 건강보험 재정을 내세우는 정부가 업계의 이같은 요구사항을 수용할 지 여부는 향후 진행될 공단과 제약사 약가협상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D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간담회에서도 제약사들은 대폭 약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난색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공단과 제약사들 본격 약가협상이 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 종료 시점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0일 협상 기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감기약 약가 인상 폭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그동안 정부에 최대한 협조해왔다”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약가 인상 폭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이제는 업계를 배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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