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절제 환자들 “B12주사제는 필수약제, 생산 재개” 요청···신풍제약 “재개 어렵다” 밝혀
환자들 “주사제 못 맞으면 빈혈 가능성”, 의사들도 우려···신풍 “유사성분 품목으로 대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위암 치료를 위해 위를 절제한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B12주사제’가 해당 제약사의 생산 중단으로 품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환자들은 생산 재개를 요청하고 있지만 해당 제약사는 수익성 등 사유로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질병 치료에 기본적으로 필수적인 약제가 적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품목이 다수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B12주사제’도 위 전절제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약제로 꼽힌다.
다른 비타민과 차이점이 있는 비타민B12는 아데노실 코발라민, 메틸코발라민, 히드록소코발라민, 시아노 코발라민 등 4가지 구성원이 있다. 비타민B12는 위에서 분비되는 물질과 결합, 우리 몸에 흡수된다. 특히 위암 환자들은 비타민B12와 철분 흡수가 필수적인데 식품으로 부족하면 주사제를 통해 흡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핵심은 위암 치료로 인해 위 전체를 절제한 환자들이다. 이들은 위 절제로 인해 주사제로만 비타민B12를 흡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 전절제 환자 A씨는 “비타민B12는 피의 생성에 영향을 준다”며 “비타민B12가 부족할 경우 빈혈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사제로만 비타민B12를 흡수할 수 있는 위 전절제 환자들은 지난해 신풍제약 주사제 생산이 중단된 후 고통을 겪고 있다.
신풍제약이 제조했던 주사제는 ‘액티나마이드’다. 성분명이 ‘코바마마이드’인 이 제품은 지난해 생산을 중단했으며 같은 해 11월 1일자로 처방이 금지됐다. 신풍제약은 액티나마이드 생산 중단 원인과 관련, 매출원가비율이 높고 수익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의약품에 비해 원가율이 높아 실제 생산에 따른 수익이 적다는 것이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식약처에 생산 중단을 요청했던 품목”이라며 “성분은 다르지만 비타민B12 결핍증에 사용되는 비급여 품목이 국내에 3개 있다”고 말했다. 신풍제약이 밝힌 품목은 휴온스 ‘하이코민주’(성분명 하이드록소코발라민)와 대원제약 ‘메트란주’(성분명 메코발라민) 등이다. 단, 이중 대원제약 메트란주는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로 확인됐다.
하지만 위 전절제 환자들은 신풍제약에 액티나마이드 생산 재개를 요청하고 있다.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대개 2-3개월에 한 번씩 위 전절제 환자들이 주사제를 맞아 B12를 흡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액티나마이드 처방 금지로 인해 환자들만 발을 구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A씨는 “저를 포함한 일부 환자들이 신풍제약에 연락을 취했다”며 “주사제가 필요해 방문한 의원은 해당 품목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제약사가 생산을 재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위 전절제 환자 ‘B12주사제’ 생산 중단 논란은 환자들은 물론 담당 의사들 사이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사안이다. 현재 인터넷에는 ‘B12주사제’를 구하기 힘들다는 의사 경험담도 찾을 수 있다. 의사 B씨는 “위암 수술한 환자들이 B12주사제를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전절제 수술한 환자들은 악성빈혈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편이고 국가가 제약사에 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으면 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바 있다.
반면 신풍제약은 생산 재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설명한 수익성 등 현실적 원인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는 이같은 ‘B12주사제’ 생산 재개 논란이 단순하게 신풍제약만의 사례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약제지만 원가율이 높고 수익성은 낮아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예상되는 품목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환자들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며 수익을 포기할 수 없는 업체 상황도 이해해달라”며 “국가와 제약사들이 필수약제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이제 품절 의약품과 필수약제는 큰 그림으로 묶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악가 인상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위 전절제 환자들이 요청하는 ‘B12주사제’ 생산 재개는 현실적으로 성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제약사는 성분이 유사한 다른 주사제를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