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반토막···수요 급감에 재고 쌓여가는 창고
노사 줄다리기 팽팽, 추가 파업 가능성 대두···“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 지속”

현대제철 당진 공장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 공장 전경.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현대제철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노사 갈등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쳐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철강 수요감소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것에 더해 당분간 실적이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28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9999억원, 3730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9% 줄었다.

올해 상반기 철강 수요가 많았던 시기에 대량 생산했던 제품을 하반기에 판매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더 많이 팔고도 손해는 극심해진 셈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제품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글로벌 철강업계가 생산량을 많이 늘린 만큼 원재료 가격도 높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만든 제품이 하반기 들어 팔리지 않으며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예상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주된 이유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제철의 재고자산은 8조2657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7304억원 대비 22.8% 증가했다. 1년간 재고가 몇 번이나 실적으로 이어졌는지 판단하는 재고자산회전율도 지난해 3.4회에서 현재 3.1회로 낮아졌다. 창고에 쌓인 제품은 많지만, 판매량이 줄었다는 얘기다.

이익 감소로 영업이익률도 2021년 1분기(6,2%)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3분기 14.1%까지 치솟았던 이익률은 올해 3분기 5.3%로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영업이익률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국가의 금리인상과 긴축정책으로 글로벌 철강 시황이 악화되고 있고 봉형강 제품의 전방 산업인 국내 부동산도 부진한 상황”이라며 “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철강 시황 부진이 계속돼 현대제철의 실적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내부적으로는 노동조합의 파업 악재에 직면했다. 노조는 올해 중순부터 ‘2022년 임금단체협상’ 공동 교섭 등을 주장하며 게릴라 파업을 진행 중이다.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의 경우 이달 12~26일, 2주일 동안 파업으로 일부 공정이 마비되기도 했다.

사측이 이미 생산된 재고를 활용해 납품 과정에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추가 파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는 제철소별로 다른 임금체계를 통일해 임금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공장마다 생산하는 제품이 달라 동일협상이 아닌 개별로 진행해야만 한다”며 “지난해 실적에 기반한 격려금 지급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철강 시황이 좋지 않아 사실상 실현이 어려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경기침체와 노사갈등이란 악재에 제품 감산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 따른 경기부양 대책과 올해 기저효과에 따른 수요 상승으로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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