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당긴 디지털 전환, 오프라인 대체엔 한계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팬 정체성이 일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무·의식적인 팬 수행이 자신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8비트 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한 84년도에 태어나 디지털 미디어와 함께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팬덤에 접속하는 방식이 익숙한 세대에 속한다. 나와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초연결 사회를 접할 수 있었던 건 20대가 넘어선 이후이지만 현재 20대인 Z세대(호모 재피언스, 97년 이후에 태어난 포스트-밀레니얼 세대)는 10대 때부터 꾸준히 스마트폰,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 등 늘 어딘가 연결된 기술 환경에서 성장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팬덤 활동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던 그룹은 앨범을 내면 전국 투어를 시작하곤 했었는데 3년 동안 꾸준히 지속됐던 투어가 코로나19로 1년 정도 연기가 되더니 거리두기 이후 티켓팅이 어려워졌다. 콘서트를 진행하지 못하는 동안 이 그룹은 다방면으로 미디어에 모습을 많이 나타냈고, 그 덕분에 팬덤이 확장됐다. 그러다 보니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에 티켓팅 경쟁은 더욱 심화됐고, 공연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공연이 재개됐지만 예전처럼 매번 그들의 공연에 함께하지 못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많은 것들을 연계한다. 예를 들어 앞서 말했던 그룹도 실황 공연을 하지 못했지만 팬덤은 커졌다. 그들은 오프라인 공연을 하지 못하는 동안 레거시 미디어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자주 얼굴을 내비쳤고, 그로 인해 그들의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그들의 공연을 기다리며 기존의 팬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통해 팬덤 확장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심지어 외국인 팬층도 커졌다. 현재의 소셜 미디어는 그들을 글로벌 콘텐츠 유통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했다. 그들의 공연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주 외국인들에게 소개됐고, 가끔 가는 공연장에선 예전에 보이지 않던 외국인 팬들도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오프라인 공연을 보지 못했던 기간 동안 팬덤 활동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일상을 차지했는지를 깨닫게 됐다는 점이다. 나의 팬 활동 역사 중에 이 그룹은 유일하게 오프라인으로 확장됐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된 케이스인데, 공연 하나는 공연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기간 동안 직접적으로 이해했다.

예를 들어, 대부분 오프라인 공연은 물리적 이동을 수반한다. 이동하는 동안 팬들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수행할 기회를 갖는다. 공연장 안에선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사람과 ‘같이’ 공연을 본다. 공연장을 떠난 이후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공연 전·후로 굳이 팬 활동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 또한 내향적인 성격이라 팬 활동을 공동체로 꾸려가 본 적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 그룹을 좋아하면서 만난 친구들과는 꾸준히 일상을 공유하고 있단 점이 그랬다. 안면을 익힌다는 것이 친밀성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그때야 이해하게 됐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매개가 무엇인가에 따라 친밀감의 층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구하면서 만난 많은 Z세대들이 ‘가상공간 안에서 만난 친구들과 속내를 털어놓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들과 오프라인 친구들이 가진 친밀성의 층위를 나누어 설명하곤 했다. 디지털 전환은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이 완벽하게 오프라인과 동일한 감정이나 감각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팬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우연히, 같은 걸 좋아하는 마음으로 옆자리에 앉아 서로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