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상최대 적자 등 쟁점···구조조정안 중 알짜 해외자산 매각엔 우려
한전 “매각 신중, 석탄 사업은 불가피”···원전 무허가 부품 조사 미비 비판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부과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력공사 등 발전 공기업들이 해외 알짜사업의 헐값 매각을 자구 방안으로 삼아선 안 된단 우려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무허가 설비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단 비판도 있었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진행한 한국전력과 한수원 등 전력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는 한전의 경영 악화와 전기요금, 원전 안전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비수도권 지역의 전기 생산시설 편중으로 인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필요하단 지적이 있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은 전기를 생산량에 비해 많이 쓰고 지방은 많이 생산하지만 덜 쓰고 있고 수도권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시작되면 전남, 경남, 부산 등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또 많이 들어서서 전기 생산과 소비의 역차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포함해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에 스마트 신도시 등을 유치하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유치하는 전략적 선택,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승일 한전 사장은 “100% 공감한다. 전력 공급과 수요가 너무 불균형이라 전력의 여러 생산, 운송을 위한 설비가 과다하게 지금 지어지는게 현실”이라며 “이를 줄이기 위해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급적 붙어있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이어 “생산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등 추가적인 친환경 전원들이 계획적이고 질서있게 계획입지란 제도를 통해 특정 지역에 잘 조성되도록 유도해야 하고 에너지 다소비, 전력 다소비 시설, 산업들이 이런 지역으로 유치되도록 만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전 “연료가 상승이 주요 적자 원인”···해외 자산 매각 신중 필요성 제기

올해 설립 이래 최대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 경영 문제도 주 의제로 다뤄졌다. 한전은 올 상반기 영업 손실 31조9921억원, 당기순소실 10761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올해 최대 30조원 중반대 적자를 낼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고 한전은 자산 매각 등 자구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전 측은 적자 원인 중 연료가 상승이 상당히 컸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사실상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오늘 SMP 가격이 270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SMP 가격대인 70원대의 4배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적자를 안 낼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원전과 석탄 이용률 저하, 요금 조정이 지연된 이유도 있다”며 “요금 조정을 연료비와 연동해 제때 했다면 적자 요인이 다소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무위험기관에 지정된 한전과 발전 공기업 6개사(한수원 및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가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으로 제시한 해외 자산 매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조조정 내용이 우수한 양질의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하면 곤란하다”며 “한전의 필리핀 세부 SPC 사업, 발전 5사의 인도네시아 비안 리소스 유연탄 사업, 남동발전의 불가리아 태양광 사업 등은 굉장히 우수한 해외 투자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에 재정건전화, 구조조정 내용을 보면 회수율이 200%, 100% 이상 되는 해외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한다. 이건 두 번 죽는 것이다. 개인 기업이라면 부도를 막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공기업은 이렇게 해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한전은 핵심 역량과 관련된 수익성 높은 사업은 매각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석탄 발전의 경우 향후 사업 방향을 봤을 때 매각이 불가피하단 입장을 내놓았다.

정 사장은 “매각 가능성, 매각 제한 여부, 매각 용이성 등 여러 잣대를 갖고 해외 자산에 대한 평가를 다각적으로 한 후 선정하고 있다. 핵심 역량과 관련된 사업은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석탄 발전의 경우 신규로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2030년까지 기존 석탄발전소도 철수하겠단 방침을 정했기에 그 원칙 하에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무허가 부품 사용 250건, 4건은 안전 영향”···한수원 조사 미비 질타

한수원이 원전을 운영하면서 적발된 무허가 및 검증 요건 미충족 기기 사용 부분에 있어선 여야를 막론하고 대응이 미흡했단 비판이 나왔다.

올해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에 원자력 발전소의 무허가 기기를 설치 교체하거나 검증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부품을 사용했단 이유로 과징금 319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관련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무허가 설비 건수는 250건에 달하고 원전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수도 4건에 달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징계는 들어갔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아직 징계 단계로 못 들어갔다. 행정심판과 원안위 수사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자체 감사를 하면 이게 명백한지 아닌지 확인할 내용이 있을 것 아닌가. 봐주기 처분하나”라며 “신속 조치해야 한다. 더욱이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4건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수원이 여러 문제가 생기는데도 아무 책임을 안 지는데 누가 경각심을 갖고 규칙, 원전 안전을 지키려고 하겠나”며 “(앞으로 원전) 가동률이 늘어나면 안전 문제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언급, 한수원이 책임 의식을 갖고 실질적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질의에 나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도 “원전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원안위가 무허가 설비 감독을 못 했다면 직무 태만이고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원자력 안전이 중요한데 어떻게 검증, 인가받지 않은 장비 문제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원안위 조사 결과 기다리지 말고 바로 조치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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