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관련 무혐의 처분···“고의성 없어”
국토부, 경찰 판단에 ‘유감’···관련 법령 따라 재무구조 개선 명령 실시할 것
업계, 재운항 없이 재무구조 개선 불가능···수입 없고 지출만 있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이스타항공이 최근 변경면허 발급 관련 회계자료 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운항 재개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가 경찰 처분에 유감을 표하며 향후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항공사업 면허 발급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 허가 없이는 항공 운항이 불가능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6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 의혹과 관련해 ‘혐의 없음(불입건)’ 처분을 통보 받았다.
앞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변경면허 심사 과정에서 자본잠식상태임에도 이를 숨기고 면허를 받았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제 항공운송사업 운항증명(AOC) 발급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스타항공 대표자 변경면허 심사 당시 재무상태에 대한 심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경찰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 대표자 변경이 아닌 경영악화로 장기간 운항을 중단했던 항공사가 회생절차를 거친 후 신청한 변경면허다. 이스타항공이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경찰은 이스타항공이 회계자료 제출과 관련해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사나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변경면허 발급과 조속한 운항 재개를 위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국토부가 경찰 처분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만큼, 이스타항공 운항 재개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항공운송사업자 재무건전성이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항공사업법령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실시하겠다”며 “이후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이 이뤄졌는지 검토한 후 운항재개 허용 여부를 엄격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이스타항공 재무구조가 개선된 후에야 운항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개선되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고정비용만 매월 50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운항을 하지 않아 매출은 ‘제로(0)’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수백억원 상당의 자금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스타항공에 AOC를 내주지 않을 경우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며 “새 인수자인 성정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회생을 거친 기업이라 부채 대부분이 유예된 비유동부채이고 자산이 적어 부채가 부각되는 구조”라며 “영업활동이 재개되면 재무구조는 개선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만큼, 국토부가 운항 재개를 미룰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 브리핑에서 “수사기관을 통해 (이스타항공 회계자료 제출 관련) 허위나 고위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거기에 맞게 적법하게 처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5월 유상증자를 통해 완전자본잠식에서 해소된 바 있다. 또 지난 6월 AOC 발급 과정에서도 최종 관문인 비상탈출 훈련까지 마치며 자격 요건을 모두 갖췄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AOC을 발급받고 하반기부터 국내선을 시작으로 국제선까지 운항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7월 국토부의 수사 의뢰로 인해 AOC 발급 절차가 중단됐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조속한 AOC 재발급을 통해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국토부와의 협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부족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