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토부, 이스타항공 허위 회계자료 제출 수사 의뢰
원희룡 장관 “자본 잠식 기준일만 다를 것이라 생각 못했다”
업계선“ 진에어 때처럼 국토부 잘못을 항공사에 떠넘긴다” 지적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토교통부가 변경면허 신청 및 발급 과정에서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했다는 혐의로 이스타항공을 수사의뢰하기로 한 가운데, 과거 진에어 때처럼 국토부 잘못을 항공사가 뒤집어 쓰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국토부는 미국인인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2010~2016년 등기 임원을 지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제재 조치를 가했다.
당시 국토부 감독 소홀 문제가 컸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정작 국토부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진에어만 2년 가까이 제재 조치를 통해 신규 노선 취항 및 항공기 도입 등이 금지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28일 국토부는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신청 및 발급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 허위 회계자료 제출이 확인돼, 이를 수사의뢰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회계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하고, 2021년 12월 15일 변경 면허를 발급받았으나, 올해 5월 금융감독원 시스템에 공시된 지난해 회계 감사보고서에선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타항공은 국토부 재무자료 요청에 대해 자본금, 자본잉여금 등 항목은 신청 당시인 2021년 11월 말 기준으로 작성하고 결손금 항목은 2020년 5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해 자본잠식이 없는 것으로 자료를 제출했다”며 “작성기준일을 표기하거나 국토부에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국제항공운송사업(AOC)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특별 조사와 감사를 진행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기준 회계 감사보고서에선 이스타항공 결손금이 -485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회계 시스템 셧다운으로 2020년 5월 31일 기준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항을 국토부가 사전에 미리 파악하지 못했냐는 점이다. 국토부가 면허 발급 당시 작성 기준일에 대한 점을 명확히 하고 이스타항공에 자료를 요청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국토부가 기준일을 왜 확인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다른 재무항목은 모두 2021년 11월을 기준으로 했는데 자본잠식 내용만 1년 반 전일 거라 생각 못했다”며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올해 5월에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의해서 2021년 11월 당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는 것이 자료가 나와 사후에 인지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 진에어 때와 닮은 꼴···수사 장기화 시 파산 우려도
이에 대해 업계에선 석연찮은 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는 항공업계에선 절대적인 존재다. 항공기를 띄우고 새 노선에 취항하는 것은 물론, 항공사 문을 열고 닫게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요청했는데, 이스타항공이 이를 거절했을 명분도 힘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스타항공 사태가 과거 진에어와 닮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에어 제재 당시 외국인인 조현민 전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등록된 점에 대해 국토부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담당자들은 당시 업무 과정에서 진에어 법인등기를 확인하며 항공사업법상 면허 결격사유를 확인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가 관련 서류를 검토할 때 진에어 법인등기를 조회하며 이사의 결격 사유가 있는지 확인했다면 사전에 방지했을 사안이었다. 이 사건으로 진에어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제재를 받으며 운수권 배분 및 신규 항공기 도입이 금지되면서 다른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됐다. 당시 진에어에 허가를 내줬던 일부 공무원은 징계는커녕 승진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이스타항공 사태도 사전에 국토부가 회계자료 오류를 인지하고, 수정 요청을 했다면 수사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경우 수사 과정이 길어질 경우 재취항 일정이 불투명해져 사실상 파산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관련 수사가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사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다시 AOC 발급을 받는데도 또다시 수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변경면허 허위 신청 범죄가 성립한다면 소급해서 (변경면허가) 무효처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