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기수 기준 4년 차이···최근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관심 집중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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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현재 장관이 공석인 보건복지부에서 특정 고등학교를 졸업한 관료 3명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복지부 고교 동문들은 기수 차이가 컸던 데 비해 이들은 차이가 적고 몰려있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정치적 상황과도 맞물려 3명의 동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복지부와 유관기관에 따르면 복지부 본부에 근무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총 1000여명 가운데 고교 동문이 2명 이상 있는 사례는 흔치 않고 파악도 쉽지 않다. 관행상 국장급 이상 고위직은 대개 학력을 공개하기 때문에 출신 고교가 파악되는 경우가 있다. 과장급도 일부 공개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사무관 이하 직급은 공개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고교 동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에 현재 본부에 근무하는 최종균 건강보험정책국장과 손호준 통합돌봄추진단장, 최봉근 장애인정책과장이 강릉고 출신으로 확인된 사례는 복지부에서 흔치 않은 경우다. 최종균 국장은 강릉고 25회다. 손호준 단장은 28회다. 최봉근 과장은 29회다. 강릉고 동문인 이들은 능력과 실력에 있어 인정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실제 최 국장과 손 단장은 기획조정담당관과 인사과장을 역임했다. 최 과장은 국민연금재정과장으로 활동했다. 인사과장과 국민연금재정과장은 복지부 3대 과장에 속하는 보직이다. 특히 텃세가 강한 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 출신 최 과장이 요직을 섭렵한 것은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방증이다. 손 단장과 최 과장은 청와대 파견 경력도 있다. 손 단장은 한 번도 힘든 파견 근무를 두 번 했다.

3명 관료를 구체적으로 보면 최 국장은 복지부에서 장애인정책과장과 기획조정담당관, 인사과장, 복지정책과장, 장애인정책국장, 주제네바대한민국대표부 공사참사관, 의료보장심의관, 인구아동정책관 등을 거쳤다. 1970년생인 그는 서울대 인류학과(88학번)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7회 출신이다. 1972년생 손 단장은 고려대 영문과(91학번) 출신이다. 행시 43회다. 복지부 홍보기획담당관과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생명윤리정책과장, 진영 장관비서관, 한의약정책과장, 원격의료추진단 기획제도팀장, 국방대학교 교육 파견,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과장, 기획조정담당관, 대통령비서실 정책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 행정관, 의료자원정책과장, 인사과장 등을 거쳤다. 

최 과장은 1973년생이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92학번)를 졸업했다. 지방고시 8회에 합격,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복지부에서 국민연금재정과와 급여기준과, 보건산업정책과, 재정운용담당관실을 거쳐 약무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국민연금재정과장, 재정운용담당관, 사회서비스일자리과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최 과장은 오는 8월 1년간 해외직무훈련이 예정돼있다.

이같은 경력을 갖고 있는 강릉고 삼총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2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최 국장과 손 단장, 최 과장은 학번과 나이 차이가 적다. 강릉고 졸업 기수를 기준으로 하면 4년 차이다. 과거 복지부 고교 동문은 차이가 큰 편이었다. 전주 전라고를 졸업한 권덕철 전 장관과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이같은 사례다. 양성일 전 제1차관과 임대식 기획조정담당관도 장충고 졸업 횟수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 관계자는 “복지부의 서울고 출신도 은성호 노인정책관(서울고 38회)과 박민수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실 보건복지비서관(39회), 김문식 중앙사고수습본부 병상배정팀장, 정성훈 보험급여과장 등 촘촘하긴 하지만 지방에서 동고동락한 강릉고 출신과 직접 비교는 힘들다”며 “강릉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지역에서 다닌 관료들 결속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원에서 주목되는 것은 현재 강원도와 강릉이 갖고 있는 정치적 배경과 의미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인사에서 소외된 지역이 호남과 강원인데, 특히 강원도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며 “강원도지사를 춘천 출신이 계속 맡고 있고 원주 출신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지사직에 도전이라도 했는데 상대적으로 강릉은 조용한 것으로 외부에 알려져 소외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강원도 지역 언론이 최 국장의 이번 정부 내 차관 승진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그만큼 강원도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세 번째 복지부 장관 인선에서도 강원도 출신 인물이 유력후보로 부상했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강원도 강릉이 지역구인 권성동 의원이 여당인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맡은 것은 직간접적으로 정부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권 대표는 최근 지인을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추천한 것과 관련, 구설수에 오르고 사과까지 했다. 참고로 권 대표는 강릉명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릉은 윤 대통령 외가가 있던 곳으로 최근 언론에 빈번하게 거론되며 정치적 관심이 집중된 지역”이라며 “언급이 어려울 정도의 정치적 여러 흐름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강원도와 강릉 지역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강릉 출신 능력과 실력이 우수한 관료를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시점을 전망할 수 없지만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고위직 인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행정부처 장관과 차관이 정무직이지만 실제로는 실장급은 물론 국장급도 정무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정권 초기 특정 지역과 인사에 대한 관심을 긍정적이고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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