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등 개편 거쳐 12개 계열사 구축, 장남 윤인상 이사 승진···1분기 매출, 전년比 21% 성장
휴온스JAPAN 설립, 일본 시장 진출···의료기기·건기식·헬스케어 부자재 사업 중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올 초부터 순차적으로 계열사 개편과 전문경영인 영입을 진행한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이 최근 지주회사 중심 12개 계열사와 후계구도 구축을 완료했다. 이에 윤성태 회장이 오는 202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64년생 윤성태 회장은 지난 4월 휴온스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창업주 고(故) 윤명용 회장 외아들인 윤 회장은 윤명용 회장이 지난 1997년 별세한 후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회장직에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을 이끌어왔다. 4월 그룹 인사에서 회장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25년 간 미뤘던 경영승계에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현재 휴온스그룹은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자회사인 △휴온스와 △휴메딕스 △휴엠앤씨 △휴온스바이오파마 △휴온스메디텍 △휴온스랩 △휴온스USA △휴온스JAPAN, 손자회사인 △휴온스푸디언스와 △블러썸픽쳐스 △블러썸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휴온스글로벌 자회사 8개와 손자회사 3개를 합쳐 총 12개 회사가 휴온스그룹에 소속된 것이다. 올 들어 계열사 개편은 꾸준히 진행됐다. 지난 1월 인삼과 홍삼 전문 자회사 휴온스네이처와 이너뷰티에서 두각을 보였던 휴온스내츄럴의 합병 법인 휴온스푸디언스가 출범했다. 2월에는 휴온스메디케어와 휴온스메디컬이 의료기기 전문기업 휴온스메디텍으로 합병됐다. 3월에는 휴온스블러썸이 휴엠앤씨로 사명을 변경했다. 휴엠앤씨는 지난 1일 휴베나를 흡수합병, 그룹은 계열사 개편과 구축을 완료했다.
윤 회장은 일부 계열사에 새로운 전문경영인 대표를 선임했다. 실제 휴온스글로벌과 휴엠앤씨가 지난 3월 각각 송수영 대표와 김준철 대표를 선임했다. 휴온스의 경우 송수영 대표 외에도 윤상배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반면 윤 회장은 휴온스글로벌 대표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휴온스그룹은 전 계열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책임경영을 실천하며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등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계열사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면서 개개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조직을 재정비한 것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윤 회장이 후계구도를 가시화한 것이다. 지난 1일자로 윤명용 회장 손자이자 윤 회장 장남 윤인상 씨가 휴온스글로벌 이사로 승진했다. 윤인상 이사는 최근까지 휴온스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다 이번에 휴온스글로벌로 자리를 옮겼다. 참고로 윤 회장은 아들만 3명 있는데 차남이 윤연상씨, 막내가 윤희상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장남을 이사로 승진시켜 지주회사에 근무하게 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후계구도를 가시화한 것이고 후계수업이 본격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계열사에 전문경영인을 배치하는 동시에 책임경영제를 도입했고 후계구도를 가시화한 윤 회장은 향후 그룹 전체 매출 확대와 사업 진행에 초점을 맞춰 광폭의 행보를 진행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른 매출 상위권 제약사를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과거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휴온스그룹은 다소 다르다”며 “계열사 세부 내용은 회사 대표가 챙기고 윤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며 그룹 전체를 책임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그룹 외형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주력계열사 휴온스 4369억원 △휴메딕스 1110억원 △휴온스메디케어 411억원 △휴베나 225억원 △휴온스메디컬 196억원 △휴온스블러썸 194억원 △휴온스바이오파마 152억원 등 성장 발판이 탄탄하다. 휴온스그룹은 오는 2025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그룹은 지난해 매출 5799억원을 달성, 역대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1597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21% 성장했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그룹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일본 법인 설립이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난 5월 중순 이사회를 열어 일본 오사카에 현지법인 ‘휴온스JAPAN’ 설립을 확정했다. 휴온스JAPAN은 휴온스그룹 의약품과 미용의약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헬스케어 포트폴리오의 일본 수출 확대와 현지 유통, 판매를 담당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의약품 세계 4위, 건기식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 휴온스그룹이 사업 타깃을 해외로 확장하기 위해 일본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윤 회장 취임 후 공격 영업과 사업 확대의 첫 번째 사례란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휴온스JAPAN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전망이 엇갈린다. 일본은 규제 산업인 제약 시장이 보수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인허가가 까다롭고 허가를 받더라도 신제품에 대한 장벽이 높다는 업계 지적이다. 이에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의 일본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 대웅제약의 일본 법인 ‘대웅재팬’의 지난해 매출은 10억원으로 파악된다. 휴온스그룹은 휴온스JAPAN 법인장인 가마다게이지 사장은 물론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대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송 대표는 딜로이트컨설팅 재팬 최고경영자를 지내며 20년간 일본에서 글로벌 기업 경영혁신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향후 휴온스 그룹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의료기기와 건기식, 헬스케어 토탈 부자재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휴온스는 지난 4월 만성질환 방광염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히알루론산과 황산콘드로이틴 혼합 제제인 조직수복용생체재료 ‘베지코트’를 출시한 것이다. 베지코트는 만성질환인 재발성·간질성 방광염과 방광통증증후군 환자의 방광염 증상 완화 및 통증 개선을 위한 4등급 의료기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방광염은 재발률이 높고 만성으로 발전하기 쉬운 질환”이라며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한 50대 이상 폐경 이후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하지만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베지코트가 얼마나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휴온스는 건기식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020년 내놓은 여성 갱년기 증상 개선용 제품 ‘메노락토’는 1분기 95억원 매출을 올리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발매 첫해 173억원 매출을 기록한 메노락토는 지난해 371억원을 달성했다. 휴온스는 제2의 메노락토로 남성 시니어를 타깃하는 전립선 건기식 출시를 준비 중이다. 헬스케어 토탈 부자재 사업은 최근 합병한 휴엠앤씨가 맡고 있다. 휴엠앤씨는 합병 전 화장품 부자재 사업에 휴베나의 의약품 부자재 사업을 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휴엠앤씨는 그동안 메이크업 스펀지, 퍼프 등을 생산해왔다. 국내 유일의 NBR 소재 제품을 자체적으로 배합,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 전 휴베나는 유리 앰플, 바이알을 포함한 제약 부자재를 제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사업을 진행했던 휴온스그룹이 향후에는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