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내 전기차 투자 확대···중국엔 아이오닉5 판매도 이뤄지지 않아
테슬라 중국 고급 전기차 시장 선점···저가 시장은 ‘홍광 미니’ 등이 차지해
합작법인으로부터의 경영 리스크와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대외변수도 영향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 전기차 판매와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관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 판매법인 북경현대차(BHMC·Beijing Hyundai Motor Company)는 총 3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량 6만7626대의 1%도 되지 않는 판매량이다. 현재 북경현대차가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모델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개조한 ‘미스트라 EV’ 뿐이다. 지난해 ‘2021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아이오닉5가 공개되긴 했지만 아직 판매가 이뤄지고 있진 않다.
이는 최근 현대차 미국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과 상반된다. 현대차는 앞서 앨라배마 공장에 GV70 EV 생산을 위한 시설 투자를 진행했고, 최근엔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키로 결정했다. 반면 중국 시장엔 2030년까지 21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밝혔을 뿐, 본격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엔 의문이 남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 시장 내 전기동력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포함) 판매량은 332만8301대로 전년(124만8362대)과 비교해 166.6% 증가했다. 주요 전기차 판매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판매량만 따졌을 땐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50%를 차지한다.
중국 전기차 시장 투자가 어려운 이유와 관련해선 경쟁 브랜드의 시장 선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테슬라는 특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며 중국 내 고급 전기차 시장 점유를 늘려나가고 있다. 상하이 기가 팩토리를 기반으로 한 테슬라는 최근에도 증산 계획을 밝히며 생산 시설에 투자를 확대했다.
저가형 전기차 시장은 GM(제너럴모터스)이 차지했다. GM은 중국 기업 우링모터스와 협업해 ‘홍광 미니’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홍광 미니는 한화로 약 500만원에 이르는 저렴한 가격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홍광 미니의 판매량은 42만6482대로 단일 모델 판매량으로 전 세계 3위를 기록했다. 1위 테슬라 모델3(56만3266대), 2위 테슬라 모델Y(43만5672대)와 견줄 만한 판매량이다.
중국 브랜드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BYD는 내수 판매를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BYD는 전동화 모델 판매량 59만5089대를 기록하며 1위 테슬라, 2위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BYD ‘한’은 8만7189대가 판매되며 전 세계 전기차 모델 판매량 4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체리자동차 ‘eQ1(7만7159대·5위)’, 창안모터스 ‘베니(7만6468대·6위)’의 흥행도 눈에 띈다.
경쟁 브랜드의 시장선점 요인 외엔 합작법인 운영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중국 전기차 시장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BHMC는 다른 해외법인과 다르게 50:50 지분의 합작법인으로 구성됐다. 현대차만큼 베이징자동차가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다른 해외 법인에 비해 투자 및 문제해결 결정에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대외변수도 위험요인이다. 현대차는 앞서 2016년 7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이뤄진 이후 반한감정이 격화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일명 ‘사드보복 사태’로 현대차의 판매량은 2016년 114만2016대에서 2017년 78만5006대로 급감했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한·미 관계가 돈독해지는 만큼 향후에도 이러한 문제가 다시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장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현대차가 중국 시장 진출을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첨단 전기차들이 모여 있는 미국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아이오닉6, 아이오닉7을 비롯해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 판매에 성공한다면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 고급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 시장 투자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내 전기차 판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 시장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