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들 잇따라 서비스 품질 논란 휩싸여···“현 상황 진단 및 변화와 대책 필요한 시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삼성금융 통합 앱이 개인정보를 유출논란까지 일으키며 삼성계열사들이 잇따라 서비스 품질 문제에 휩싸였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한 제품 완성도와 그룹 시스템을 자랑하던 삼성이 ‘삼성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볼 때 변화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삼성 금융 통합앱 모니모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보유 주식종목, 입출금 내역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그대로 타인이 앱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재산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비스 출시 불과 나흘 만에 황당한 사고가 나오며 모니모 앱에 대한 신뢰성이 심판대에 오르게 된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GOS 논란에 휩싸였다. GOS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게임을 할 때 폰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부담을 줄여 과열을 막도록 하는 기능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를 출시하며 GOS 탑재를 의무화하고 삭제도 못하게 해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고 집단소송 사태를 직면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통화 불량’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삼성의 이 같은 사태들을 바라보는 주주와 소비자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본 한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완벽에 가까운 품질을 추구하던 삼성의 문화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진다. 삼성은 과거 고(故) 이건희 회장이 품질을 강조하는 이른바 ‘신경영’을 선언한 후 품질 끌어올리기에 매진했고, 그 결과 지금의 삼성이 됐다. GOS와 모니모 사태는 이 같은 삼성의 상징과도 같은 품질경영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삼성에겐 뼈아프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관련, 삼성 안팎에선 조직기강 해이를 꼬집는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이 사실상 퍼스트 무버(Fisrt mover)가 된 상황에서 일종의 자만감이 작용했고, 그 결과 시스템의 삼성’이라는 조직의 정체성이 영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새 삼성을 휩쓴 급격한 변화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무노조경영도 파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과 석방을 반복했고 준법감시위원회가 설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했지만 이 부회장은 사면하지 않았고, 그 결과 여전히 취업제한 상태에 묶여 있다. 한마디로 그룹이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삼성과 관련한 품질 논란들이 과거처럼 단순히 ‘더 열심히 하자’는 쥐어짜기 식의 방식으로는 해결될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 ‘프랑크푸르트 선언’ 때와 같이 우선 그룹 내부적으로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그에 맞는 본질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한 삼성 계열사 내부 인사는 “예전에야 새벽 2시까지 더 일해서 극복해보자고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고 무엇보다 그것이 답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