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GOS 성능 저하 논란에 질문 쏟아져
우크라이나 사태 질문에는 “면밀히 대처”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된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애플리케이션의 성능 저하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율이 떨어졌단 지적과 관련해서도 라인 운영 최적화와 공정 개선을 통해 물량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사장 등이 참석해 주주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을 설명했다.
◇한종희 부회장, GOS 논란에 공식 사과···노태문 사장 비판 의견도
주주들의 주된 관심사는 GOS였다. GOS는 고사양 게임 실행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적화해 스마트폰 발열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앱이다. 이 앱이 스마트폰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고가인 플래그십 제품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단 지적이 이달초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게임을 할 때 GOS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갤럭시S22 시리즈의 GOS 기능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 조사에 착수했고, 일부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 부회장은 이같이 밝힌 뒤 연단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는 GOS에 대해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동안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적정 한도까지 CPU, GPU 성능을 제한해 발열을 최소화하고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앞으로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이런 이슈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GOS 비활성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지적과 관련해 “CPU와 GPU 성능 제한을 풀더라도 온도 제어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해 안전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 있느냔 질문에는 “GOS와 관련해 사죄도 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했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고 제품이 많이 팔리는 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내이사 후보에 오른 노태문 모바일경험(MX 부문)사업부장 사장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한 주주는 “노 사장은 GOS 책임자지만, 합리적인 설명을 못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총괄책임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주도 “원가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노 사장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노태문 후보는 기술 리더십을 갖춘 모바일 사업 전문가로 갤럭시S 및 폴더블폰 개발과 성공을 이끌어 2014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만든 뛰어난 경영자”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을 양보하지 않는다. 향후에도 완성도 높은 제품 경험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제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계현 사장 "5나노 공정 안정화···퀄컴과 중장기 협업 기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경계현 사장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주주들은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율 저하에 따른 고객사 이탈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 사장은 5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공정 수율이 낮단 지적에 대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복잡도가 증가해 5나노 이하 공정은 반도체 소자의 물리적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램프업에 시간이 소요됐지만, 점진적 개선으로 안정화되고 있다”며 “수율 개선과 웨이퍼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라인 운영 최적화와 양산 중인 공정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한 롱 로드 활용 전략을 적용해 수익성과 물량 2가지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요 고객사인 퀄컴과 엔비디아가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단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고객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도 “퀄컴과는 많은 부분을 협력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적극적인 협업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영향과 인수합병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현재 러시아에 대한 제품 공급은 중단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사업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의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대내외 불확실한 상황으로 M&A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회사의 지속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AI(인공지능), 5G, 전장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는 1600여명의 주주와 기관투자자 등이 참석했다.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의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