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 기조연설
“사람보다 뛰어난 AI 의사의 질병 진단·에너지 문제 해결 등 가능해질 것”
“혁신 기술 기업 창업해 글로벌 문제 해결 나서야”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 / 사진 = 시사저널e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 / 사진 = 시사저널e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우리는 컴퓨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3D 프린팅, 가상현실(VR), 네트워크, 디지털 의료, 합성의약품·유전체 등 바이오기술까지 기하급수적 발전을 경험했다. 이런 ‘기하급수 기술’들이 모이면 불가능한 일들도 모두 가능해질 것이다.”

23일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는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포럼 2022’에서 ‘1조달러의 기회 : 인류가 당면한 거대한 도전과제의 해결’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 로봇 공학, VR 등 기술들이 질병, 에너지 절감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 점에 대해 설명했다.

와드와 교수는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농업에서 토기, 쟁기 등 농기구 기술까지 수백년이 걸렸고, 이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며 “우리가 기술을 필수적으로 활용하면 엄청난 일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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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드와 교수는 그간 우리 산업은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지만 이제 기술은 산업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일상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학 기술을 예로 들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수집된 생활 패턴, 심장 박동수 등 막대한 양의 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인간보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AI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진단 점을 강조했다.

와드와 교수는 “조만간 사람보다 훨씬 역량이 뛰어난 AI 의사가 우리의 질병을 진단할 것이다. AI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정보 등 스마트폰이 수집하는 정보들이 해당한다. 이 엄청난 일들이 2020년대에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먼저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단순히 건강에 도움을 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암, 인플루엔자 등 인간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라며 “500개 증상을 파악해 5000개 정도의 질병으로 연결되는 방식인데, 결국 데이터 분석 연구가 필요한 작업이다. 질병 치료가 가능한 기술이 곧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와드와 교수는 전 세계적인 화두인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030년쯤엔 에너지를 거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열은 태양전지를 통해 우리 모두의 집에 전력을 공급할 것이다. 지금보다 비용은 훨씬 줄 것이다. 인터넷도 모두 태양에너지로 적은 비용에 이용할 수 있다.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그게 바로 청정에너지다. 적은 비용으로 아주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전력 저장’도 그리 멀지 않았다. 10년 내 현대차, 도요타, GM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모두 휘발유 소비를 중단하고, 모두 전기차로 전환될 것이다. 에너지, 배터리 모두 비용이 저렴한 만큼 전기자동차가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드와 교수는 기술 발전이 실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플라즈마 물 위생관리 시스템(PWSS)’을 꼽았다. PWSS는 칠레의 공업 디자이너 알프레도 졸레치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오염된 물에 높은 압력을 가해 내부 탑재된 리액션 챔버로 보낸다. 물의 흐름이 가속화돼 압력이 떨어지면, 액체와 기체가 함께 흐르게 되고, 5000볼트에 달하는 전기가 가해져 모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소멸시킨다. 속도가 감소하고 압력이 높아지면서 플라즈마를 통과해 안전하고 깨끗하게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인 셈이다.

와드와 교수는 “한국은 맑은 물이 있는 축복받은 나라다. 그러나 아직 정수가 없는 국가들이 많다. 거의 대부분 질환이 물에 의해 발생되는 바이러스에서 비롯된다. PWSS는 칠레 산티에고의 빈민가를 바꾼 한 사례”라며 “칠레의 12명 연구원이 발명한 이 시스템은 100% 깨끗한 물을 가져다줬다. 이들은 그다음 혁신인 ‘농업 혁신’에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플라즈마 활성수’로 불리는 이 기술은 번개 등의 자연현상에서 볼 수 있는 플라즈마를 활용했다. 플라즈마에 물과 공기를 더해 탄생하는 원리”라며 “플라즈마 활성수는 소독, 살균, 세척뿐 아니라 도시농업의 비료 역할도 한다. 독일 지멘스 등이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올해 말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발명은 세계적으로 녹색혁명에 이를 수 있도록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드와 교수는 이같은 기술 활용 사례가 한국에서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칠레의 12명 연구팀이 해냈듯 한국에서도 엄청난 발명이 나올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접근성과 교육수준이 높다. 펀딩 규모도 비교적 큰 만큼 발명 여건이 좋다”며 “예전엔 수억달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불과 몇백만달러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창업을 통해 혁신 기술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모두가 혁신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류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혁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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