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사업본부에 쏟았던 재원 투입되는 전장 및 배터리 사업, 내년부터 본격 탄력 받을 듯
‘승부사’ 권영수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투입···상장 예상되는 내년부터 ‘배터리 전쟁’ 본격 진두지휘

구광모 LG 대표(오른쪽)가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한 구광모 LG회장이  OLED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LG
구광모 LG 대표(오른쪽)가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한 구광모 LG회장(오른쪽)이 OLED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LG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LG그룹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올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5일 LG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MC사업(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종료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이후 7월 31일 완전히 사업을 종료했다.

사실 연초부터 시장에선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정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1월 20일 권봉석 사장이 “MC사업본부 운영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 중”이라는 이메일을 본부 구성원에게 보내면서 철수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이와 관련,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글로벌 IT기업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확산됐다. 결과적으론 그냥 사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비록 매각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사업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무려 24분기 연속으로 적자행진을 기록하고 누적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해당 사업을 정리하면서 LG전자는 적자행진을 끊음과 동시에 MC사업본부에 들이던 인력과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미 3400여명의 인력이 재배치 됐고 잘 적응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적자사업 없이 자동차 전장 및 배터리 등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LG전자의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휴대폰 사업정리는 LG전자의 결정이지만, 적자에도 26년 간이나 이어온 사업을 정리하는데 있어선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의 냉철한 결단이 없었으면 사실상 어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글로벌 IT업계 임원은 “스마트폰 사업 정리는 구광모 시대의 LG는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비즈니스 측면에선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변화”라고 해석했다.

LG그룹은 법적 리스크, 노조 리스크 등에 시달린 다른 4대 그룹들에 비해 비교적 무난한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뤄진 한 CEO 인사가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의 신임을 받고 그룹 2인자로 알려진 권영수 부회장의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취임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의문을 표했다. 한 대기업 인사는 “그룹의 2인자이고 부회장인데 어찌됐든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의 대표로 간다는 것은 좀 의아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권 부회장의 LG에너지솔루션 행은 결국 LG그룹이 배터리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LG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과거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할 당시 그야말로 전시와도 같은 상황이었는데, 그 때 권영수 당시 대표가 상당히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준 것으로 안다”며 “상당히 적극적인 스타일로 본인이 한때 관여한 배터리 부문에 대한 애정을 갖고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과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내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배터리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더불어 LX그룹과의 계열분리라는 주요 이슈도 있었다. LX그룹은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이끌어가게 된다. LG와 LX그룹은 지난 주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를 마무리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심사가 변수다. 심사가 무난히 이뤄진다면 내년 상반기 두 그룹의 분리는 완전히 마무리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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