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길 취재진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 만날 예정”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북미 출장을 위해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를 매듭짓고, 모더나사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문제를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편을 이용해 출국했다. 오전 7시45분쯤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결정짓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모더나 측과 만나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모더나의 본사는 보스턴에 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 등과 관련한 질문에는 “휴일에 많이 나오셨다. 잘 다녀오겠다”고 말을 아낀 채 출국 게이트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의 첫 번째 행선지는 캐나다로 알려졌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에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가 있는데, 이곳을 방문해 미래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파운드리 공장 증설, 코로나19 백신 수급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고, 구체적인 입지를 물색하고 있다.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의 테일러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의 방미를 통해 파운드리 공장과 관련한 최종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방문 일정을 공개한 만큼 모더나 경영진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모더나 측 인사를 만나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지고,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산업의 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크리스타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퀄컴은 세계 최대의 팹리스 업체이자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다. 또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와 관련해 미국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건 2016년 7월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아직 취업제한 상태에 있다는 시민단체의 반발 등을 감안해 공개 일정을 자제해왔다.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적극적인 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이있다. 다만 오는 18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으로 재판이 열리지 않게 되면서 해외 출장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