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그룹으로서의 책임감 및 ‘인재제일’ 전통 이어가기 위한 행보로 풀이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전자가 인사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나섰다. 나이 상관없이 승진 기회를 주는 등 파격적인 내용들이 거론되지만, 정작 다른 그룹사들이 줄줄이 폐지하는 공채제도는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그룹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인사제도 개편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노사협의회, 노조 등 직원들과 사측이 함께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현재 거론되는 것들은 ▲인사평가 때 최상위 10%직원들에게 부여하던 EX등급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외 직원들은 절대평가를 하는 방식 ▲동료평가제 ▲호봉제 폐지 등이지만 아직 논의 중이어서 확실한 결과는 이달 안에 확정 지어질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평가제도 개편은 내부 논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단 현재 거론되는 것들만 놓고 보면 인사제도를 좀 더 글로벌화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나이에 무관하게 진급기회를 부여하는 제도가 실제로 시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보다 많이 변모했지만 삼성전자는 대기업이란 특성상 여전히 일부 관료적 부분들이 존재해 왔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다만 삼성 안팎에 따르면 기존에 운영하던 공채 제도는 포기하지 않고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그룹사들이 인사제도 혁신에 있어 공채 폐지부터 나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공채 제도는 사실상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선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현대차, SK, LG등 4대 그룹은 모두 공채를 폐지하고 필요한 부문에서 수시로 사람을 뽑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산업구조가 다원화되며 조직 운영 효율면에 있어 공채보다 수시가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 공채를 폐지한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다른 부문에선 가장 먼저 조직 효율성 제고에 나서는 삼성전자가 홀로 공채를 유지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이 크다는 평가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은 1등 기업이다 보니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외칠 때도 가장 먼저 접근하는데 공채를 폐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11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 선대 때부터 인재와 채용을 중요시해왔다는 부분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부터 고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온 ‘인재제일’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여전히 주 업종이 제조업인 만큼, 공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공감대도 내부적으로 형성돼 있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어차피 공채로 뽑아도 키울 인재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도 외국계 석학 등 핵심 인력 및 임원은 수시로 수혈하고 있다. 일각에선 ‘로열티’를 위해 공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지만, 이미 시대 변화에 따라 공채 여부와 로열티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옅어져 내부적으로 큰 고려사항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삼성전자 인사제도 개편의 구체적 방향은 이번 달 말 결정되며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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