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맞아 중국차 급성장···상반기 신에너지차 수출 전년대비 4배 늘어
전세계 전기차 판매 상위권 10개 기업 중 절반이 중국
현대차, 제네시스 해외 출시하며 고급시장 진출···전기차 시대 고급·고성능 시장 겨냥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중국 완성차 업계가 저가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대중차 중심의 현대자동차그룹이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중국 내수는 물론, 전세계 자동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상반기 중국 승용·상용차 수출량은 82만8000대로 전년대비 114.7% 성장하며 지난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신에너지자동차 수출이 전년대비 4배 이상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또한 한국산업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기업들의 자동차 판매량은 461만9000대로 전년대비 49.4% 증가하며 전세계 완성차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은 저렴한 임금과 물량공세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전세계 제조산업을 장악했지만, 유독 자동차 산업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자동차의 경우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이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공산품 중 가격대가 높고 첨단 기술 및 안전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저가의 중국산 제품은 찬밥 신세가 됐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 전환이 다가오면서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환경 문제로 인해 전기차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은 이에 발맞춰 시장 선점을 위해 전기차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그 결과 최근 전기차 시장내 중국 기업들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면서 다른 완성차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권 10곳 중 중국 기업이 절반을 차지했다. 2위는 중국 상하이GM우링, 3위 BYD, 5위 창청자동차, 8위 GAC 아이온, 9위 니오 등이다. 성장률의 경우 상하이GM우링은 전년대비 무려 14배 성장했으며, 다른 중국차 기업들도 최소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중국차의 급성장은 현대차에겐 위기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인해 중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중국법인 북경현대는 영업손실 1조15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손실 폭이 2배 가까이 커졌으며, 동풍열달기아도 6498억원 적자를 냈다.
아울러 중국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전세계 시장을 공략할 경우, 대중차 브랜드로 명성이 알려진 현대차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현대차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중국차에게 점유율을 뺏길 우려가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유수한 역사를 자랑하는 현지 자동차 기업들이 있어 자동차를 보는 소비자 눈도 높다. 이 시장은 중국차가 진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신흥국 등 제 3세계의 경우 저가차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어, 현대차 입장에선 중국차와 가격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한 고급화 전략을 통해 탈출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동안 내연기관 시대에선 대중브랜드로 이름을 날렸지만 최근 제네시스를 필두로 고급브랜드 시장에도 진출하는 한편, 전기차 시대에선 고성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제네시스는 2017년 브랜드 출범 후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를 제치고 국내 고급차 시장 1위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0만대 판매를 돌파했으며, 올해는 13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는 국내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북미 시장에 진출한 후 안착에 성공했다. 올해는 중국, 유럽에도 진출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시대에서도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아이오닉과 EV 브랜드를 출시하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GMP의 경우 500km에 육박하는 긴 주행거리와 최고출력 584마력,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 3.5초의 고성능을 두루 갖췄다.
김 교수는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전기차를 보면 전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으며 중국 기업들보다는 10년은 앞선 모습이다”면서 “다만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기술력·고급화 등을 통해 차별화를 둬야 향후 전기차 시대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