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과금 택한 블소2, 이용자 수 감소
블소2·리니지2M·트릭스터M 매출 순위 하락
엔씨, 세차례 업데이트로 주가방어 나서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실적반등카드로 내세웠던 ‘블레이드앤소울2’가 엔씨소프트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리니지와 유사한 과금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떠나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최근 실적 효자노릇을 하던 ‘리니지2M’까지 매출순위가 내려앉으면서 위기에 몰렸다는 평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시스템개선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은 리니지에 기반한 과금모델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8일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의 전투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몬스터의 상태를 알 수 없어 터져 나왔던 이용자들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보스 몬스터의 체력을 바 형태로 표기하도록 바꿨다. 또 몬스터를 타깃으로 한 광역 무공에 일반 이용자까지 피해를 입는 시스템도 없앴다.
이 두 요소는 리니지 시리즈의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껍데기만 바꾼 리니지’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과금·전투 시스템 개선…블소2의 리니지 지우기
엔씨소프트는 블소2 출시 이후 2주 동안 세번이나 업데이트를 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7일 사과문을 올리고 영기 시스템을 사실상 삭제했다. 영기 시스템은 리니지의 ‘아인하사드’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시즌패스를 구매하면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률이 올라가고 거래 가능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레벨을 빠르게 올리기 위해 시즌패스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리니지식 과금체계의 대표적인 불만요소로 꼽힌다.
엔씨가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블소2의 흥행 참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아인하사드를 포함해 리니지 비즈니스모델(BM)의 핵심을 이루는 펫 뽑기, 변신 뽑기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용자들은 블소2의 영기, 수호령, 소울이 이름만 바꾼 동일한 시스템이라며 분노했다.
성난 민심은 매출에 반영됐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블소2는 출시 하루만인 27일 구글플레이 게임매출 11위에 그쳤다. 업데이트 이후 3위까지 올랐지만, 8일 기준 4위로 다시 주저앉았다. ‘트릭스터M’이 출시 일주일 만에 매출 2위를 기록했다는 점과, 블소2 사전예약자가 7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과다.
출시 이후 이탈한 이용자도 회복하지 못했다. 앱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블소2의 일일 이용자 수(DAU)는 6만800명으로 ‘오딘’(18만7600명)과 3배가량 차이난다. 출시 당일 안드로이드 이용자 수만 18만1000명을 기록했지만, 과금구조를 확인한 이용자들이 떠나면서 5일 4만6000명으로 급락했다.
◇ 엔씨 게임 줄줄이 매출 순위 하락…“신뢰 회복 우선”
문제는 블소2의 추락에 이어 ‘리니지2M’, ‘트릭스터M’의 매출 순위도 하락하고 있단 점이다. 출시 이후 쭉 2~3위를 기록하던 리니지2M도 8일 기준 5위로 떨어졌다. 중국 게임 ‘원신’이 1주년 업데이트에 힘입어 3위를 차지하면서 밀려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5월 출시한 트릭스터M은 최근 2주 동안 39위에서 52위로 떨어졌다.
엔씨소프트 IR 담당자는 “최근 원신이 신규업데이트하면서 대규모 업데이트가 없는 리니지2M에 영향을 미쳤다. 블소2를 비롯해 MMORPG 장르가 나오면서 자기시장잠식(카니발리제이션)이 있었다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블소2 악재는 엔씨소프트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달 80만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60만원대로 곤두박질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블소2 출시 이후 시가총액은 4조8518억원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KTB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30만원에서 83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은 105만원에서 92만원으로, 한화투자증권은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낮추는 등 10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하향조정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자사주 방어에 나섰다. 8일부터 오는 12월 7일까지 자사주 30만주(1899억원)를 매수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최근에 주가가 워낙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자사주를 매입해 하락을 방지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반전카드는 올해 출시 예정인 ‘리니지W’다. 리니지W는 리니지 시리즈를 잇는 신작으로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리니지 BM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불매운동을 할 것”이라며 블소2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과금모델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씨소프트 IR 담당자는 “전반적인 틀은 흔들지 못할 것 같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해외 이용자와의 갭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디테일한 내용은 출시 이전 공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누적된 불만, 대외 커뮤니케이션 불통이라는 적폐가 한번에 분출된 것”이라며 “엔씨의 BM은 과금제 수익모델에 IP란 옷만 갈아입히는 형태다. 매출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을 다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