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에서 국내 이용자들 악플 세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엔씨소프트가 11월 출시를 앞둔 ‘리니지W’를 비롯해 기존 ‘리니지M’과 ‘리니지2M’ 과금 체계를 대폭 변경했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비즈니스 모델(BM) 개편을 넘어선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뿐만 아니라 리니지M과 리니지2M에도 유료 결제를 해야만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률을 높이는 아인하사드 과금 시스템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단언컨대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아인하사드 BM’과 유사한 시스템 또는 이에 준하는 어떤 콘텐츠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에서도 이미 적용 중인 아인하사드와 관련한 유료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환불을 결정했다. 최근 ‘블레이드앤소울2’에도 리니지 특유의 과금시스템인 아인하사드와 유사한 시스템이 도입돼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 중인 게임 전반의 과금체계를 변경한 것을 놓고 이용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불신하는 이용자들의 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트릭스터M’과 블소2는 겉모습만 다른 리니지였다”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업계도 수익모델을 손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게임 스토리부터 그래픽, 신규 IP 개발 등 게임 자체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리니지식 수익모델 축소를 발표한 후 분위기 반전을 위해 참가한 도쿄게임쇼에서도 국내 이용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지난 3일 유튜브에 올라간 리니지W 소개 영상에 “2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게임”이라는 국내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도쿄게임쇼 주최사는 부정적인 반응에 유튜브 댓글기능을 차단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좋아요’보다 ‘싫어요’가 10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리니지 IP를 뛰어넘을 새로운 게임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때란 지적이 나온다. 높은 리니지 의존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적된 문제다. 수년간 엔씨소프트가 같은 IP를 우려먹는 동안 게임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리니지 시리즈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10·20대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 흥행은 과거 리니지 PC 게임을 즐긴 30·40대가 모바일 버전에도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트릭스터M과 블소2를 선보이며 10·20대 이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지만, 리니지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외면을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진출을 통해 이용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토리에 더욱 집중했단 설명이다. 이전 리니지 시리즈는 전투에 집중했다면, 리니지W는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해 더욱 많은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모델은 한국, 중국,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만 통했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콘솔 게임을 주로 즐기는 북미나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서 AAA급 게임이 필요하단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게임사들은 신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슨은 신규개발본부를 꾸려 신규IP 등을 준비하고 있다. 펄어비스도 콘솔게임으로 개발 중인 ‘붉은사막’ ‘도깨비’ 트레일러를 공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넷마블은 해외게임사를 인수하는 등 게임장르의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IP 의존도 문제는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그러나 소위 리니지식 BM이 통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온 것 같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한 만큼 공들인 작품을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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