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무소과금’ 강조…확률 인게임 화면에서 공개
이용자들 “뽑기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과금시스템 여전”

(왼쪽부터)제2의 나라, 오딘 /사진 = 인게임 화면 캡처
(왼쪽부터)제2의 나라, 오딘 /사진 = 인게임 화면 캡처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이전에 없던 새로운 MMORPG.”

게임사들이 최근 신작을 쏟아내면서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천편일률적이라고 평하고 있다. 무엇보다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과금 시스템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신작 ‘제2의나라’ ‘오딘’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과금구조를 설계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기본적으로 뽑기다. 성능 좋은 아이템일수록 확률은 희박해진다. 이용자들은 캐릭터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강해지고 싶은 욕구와 지금까지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까워 계속 결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게임사들은 신작 공개를 앞두고 ‘무소과금’을 강조했다. 최근 출시된 넷마블의 ‘제2의나라’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은 이전작과는 달라진 점을 보여줬다. 우선, 뽑기 화면에서 바로 확률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따로 검색해야 해서 확률정보를 모르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또 유료와 무료가 결합한 이른바 ‘이중 뽑기(컴플리트 가챠)’는 도입하지 않았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 부분 공개로 특히나 비난을 가장 많이 받은 시스템이다. 이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승리를 위해 과금을 유도하는 ‘페이투윈(Pay to Win)’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제2의 나라의 경우 장비와 이마젠(펫), 코스튬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획득하도록 했다. 이 중 전투력과 관련된 것은 장비와 이마젠으로 1성~4성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다. 오딘 역시 전투력을 높이는 아바타, 탈 것 등을 뽑기로 획득하도록 했다. 등급은 ‘일반-고급-희귀-영웅-전설-신화’ 등 6단계다. 단계마다 뽑기 확률이 다르며 전설의 경우 0.000145%까지 낮아진다. 무기와 장비 강화에 필요한 재료들은 현금으로 구매하도록 했다. 

페이투윈 구조가 비판받는 이유는 사행성을 조장해서다. 특히 확률 일부를 비공개하거나  확률 자체가 로또 당첨 확률과 비슷해 이용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러한 과금 구조의 원조격인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이용자들의 항의가 담긴 트럭시위를 겪었다. 매출 1~2위였던 리니지2M에 컴플리트가챠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단계의 확률만 공개하고 2단계는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넷마블과 넥슨 역시 평점테러에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해당 게임들은 여전히 2~3점 대의 낮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은 여전히 과금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제2의 나라와 오딘은 리니지에 비해 과금 유도가 낮은데도 ‘지브리니지’, ‘북유럽 리니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 5월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트릭스터M’은 리니지와 같은 과금 방식을 고집해 매출 순위가 급락했다. 출시 두 달이 된 현재 매출 3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용자들은 커뮤니티에서 다음 달 출시 예정인 ‘블레이드앤소울2’에 기대와 불신이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들은 과금을 유도하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호응하고 있다. 20일 기준 구글플레이에 따르면 매출 상위권 30위내에서 평점 4.3 이상인 게임은 9개다. 이중 과금요소가 강한 MMORPG 장르는 단 한 개다. 나머지는 전략, 어드벤처, 슈팅 캐주얼 등 다양했다.  ‘히어로즈 테일즈’, ‘삼국지 전략판’, ‘원신’ 등 국내 게임과 차별화한 중국 게임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리뷰에는 “신선하다” “소과금으로 즐길 수 있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게임 업계는 페이투윈 시스템이 쉽게 돈을 벌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참신한 게임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금 유도가 강한 MMORPG는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높은 매출을 올리기에 게임사 입장에서 외면하기 힘들다”면서도 “최근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개발팀을 꾸리거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장르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