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개정…무료 아이템 빼고 사실상 모두 공개
엔씨, 넥슨, 넷마블 동참…게임 업계 미칠 영향 주목
이중가챠 금지, 위원회 신설 조항은 빠져…실효성 의문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뜨거운 감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가 모두 공개된다. 그동안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다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강제성은 없어 ‘여론 무마용 뒷북’이란 지적도 나온다. 견제와 처벌 조항을 담은 법안 통과를 피하기 위한 꼼수란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근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3년 만에 나온 개정안이다. 적용대상 범위를 넓히고 확률정보 표시를 쉽게 확인하도록 만든 것이 골자다.

◇ 확률형 아이템 모두 공개로 입장 선회…빅3 게임사도 동참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유료와 무료를 결합한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간 게임 업계는 유료 아이템의 확률만 공개했다. 유료와 무료가 결합한 이른바 ‘이중 가챠(컴플리트 가챠)’의 확률을 밝히지 않았다. ‘영업비밀’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렇기에 이번 조치는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이다. 

개정안은 규제 대상도 확대했다. 현재 ‘캡슐형 유료 아이템’만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에 따라 게임사들은 앞으로 ‘유료 강화형’과 ‘유료 합성형’ 콘텐츠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확률 정보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확률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바꾸도록 주문했다. 기존에는 백분율만 표시하면 됐기 때문에 사용자가 홈페이지에 직접 검색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이번 강령 개정은 자율규제 준수 기반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자율규제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확률 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게임 업계도 이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모든 유료 콘텐츠의 확률을 공개하고 유료 아이템뿐 아니라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한 콘텐츠의 확률도 공개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올해 3분기부터 모든 게임에 순차적으로 적용해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해 12월 이전에 반영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과 넷마블도 앞서 이러한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넥슨은 지난 3월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해 게임 10종의 아이템 확률을 공개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겠다”며 “기존 서비스하는 게임들도 공개하겠지만, 당연히 새로 서비스하는 게임에 대해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처벌조항 없고 검증 수단 없어 ‘꼼수’ 지적

국내 빅3 게임사가 확률공개에 나섬에 따라 여타 게임 업계도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발의된 관련법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 개정안이 있다. 법과 강령 모두 확률형 아이템의 공개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처벌 조항 유무가 다르다. 협회가 내놓은 자율규제 강령은 문자 그대로 ‘자율’이다. 게임회사가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시정공문을 발송할 뿐 별다른 제재가 없다. 반면, 법 개정안은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자율규제 내용은 기존에 발의된 법안을 방어하는 수준”이라며 “문제가 터진 후 뒤늦게 발표한 땜질식 조치로 보인다. 자율규제가 법안보다 한 발 더 나갈 때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보다 더 강력한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중 과금으로 구성된 이중 가챠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게임사가 확률을 속여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물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를 두도록 해 이를 방지하도록 했다. 또 게임사에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둬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조사할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는 위원회 신설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는 차질 없이 법안심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오히려 법안에 포함된 내용을 자율규제로 정했다는 것은 법안 통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면서 “조치가 법안 통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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