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車 계약 후 출고 기간 1~8개월···기존보다 2배 수준 늘어나
높아지는 소비자 불만···신차 사전계약 구매자 이탈 가능성도
마이너스 옵션 등 고육책 실시도···기아 EV6 사전계약 조기 마감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이달 들어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본격화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의 차량 출고 지연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특히 계약부터 출고까지 걸리는 기간이 기존보다 2배 수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신차 사전계약 구매자들의 이탈 움직임과 차량 계약 해지 등 모습도 관측된다. 완성차 기업들은 ‘마이너스 옵셥’ 등 고육책을 실시하고, 사전예약 조기 마감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기업들의 신차 출고 기간은 1~8개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상황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출고 기간에 ‘출고 기간=경쟁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전에 확보해 논 차량용 반도체로 차량 생산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현대차는 유원하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 명의로 출고 지연 문제에 대한 사과문을 우편 발송했고, 기아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출고 지연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앞서 주우정 기아 부사장(재경본부장)은 지난 1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달부터 반도체 품귀현상에 따른 생산 차질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현대차 아반떼의 출고 기간은 10~11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2~3주 정도 기간만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해당 차량은 약 1만5000대가 밀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세이드의 경우에도 가솔린 2WD(이륜구동)는 6주, 가솔린 AWD(사륜구동)는 3개월 이상, 디젤 모델은 7∼8주의 출고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지난달 출시된 스타리아의 라운지 모델은 3개월, 투어러 모델은 6∼7주의 출고 기간이 예상되고 있다.

약 3만대가 밀려있는 것으로 알려진 투싼은 현재 출고일을 확정짓지도 못하고 있고 싼타페, 그렌저 모델도 각각 3개월과 2개월 정도의 출고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시 이후 역대급 사전계약(약 4만대) 기록을 세운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의 경우도 6개월 이상의 출고 기간이 예상되고 있고, 아이오닉5의 첫 달 출고 물량은 114대에 불과했다. 제네시스 GV70·GV80·G80 전기차 모델들의 출고도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달 12~13일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미 예견돼왔다. 이달 6~7일에는 울산공장의 포터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기아 주력 모델들의 출고 기간도 확연히 늘어났다. 기아 영업소에 따르면 쏘렌토 6.5개월, 카니발 3.5개월, K5(LPI·하이브리드) 7~8주, K8 6개월 이상, EV6 6개월 이상의 출고 기간이 예상되고 있다.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5월 특근을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구매자 이탈을 우려한 기아는 K8과 카니발 구매 고객에게 공식적으로 ‘마이너스 옵션’을 제시하고 나섰다. K8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후방주차충돌방지보조’와 ‘원격스마트주차보조’ 기능과 카니발의 노블레스 이상 트림의 기본 옵션인 스마트파워테일게이트 기능을 제외할 경우 40만원씩을 할인하는 방식이다.

또 기아는 EV6의 사전예약을 약 2주 이상 앞당겨 조기 마감하기도 했다.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수령 여부가 주요 문제인 만큼, 출고 지연 상황에서 무리한 사전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편,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출고기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르노삼성차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문제를 둔 노사갈등이 고조되며 더 큰 타격을 받고 있고, 한국GM은 주력 모델을 생산하는 부평1공장·부평2공장과 창원공장의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출고 기간도 지연되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법정관리를 받고 있고, 이에 부품 협력사들로부터의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이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쌍용차는 최근 출시한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은 1~2개월 내로 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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