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사업본부 매각 무산
핵심 모바일 기술은 지속 개발
전장 사업 흑자전환으로 실적개선
내년 영업익 4조원 전망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LG전자가 ‘아픈 손가락' 스마트폰 사업을 26년 만에 접기로 했다. 사업 매각은 무산됐지만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내던 사업을 종료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LG전자는 올 하반기 자동차 전장 사업 흑자전환을 통해 수익성 개선 발판을 마련하고 내년 영업이익 4조원 달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5일 LG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부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핵심 사업을 강화하며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두 달 여만이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지난 24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 규모다. LG전자는 한때 전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1% 내외 점유율을 가진 제조사로 입지가 하락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지난 2년간 15% 내외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
LG전자는 지난 2년간 보급형 스마트폰과 LG윙 등 새로운 폼팩터(외형)를 도입했지만 시장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올초 CES2021을 통해 공개한 ‘LG 롤러블’ 역시 상용화 계획이 불투명하다.
다만 LG전자는 핵심 모바일 기술인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기술은 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 등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다. LG전자 측은 “MC사업 종료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전사 매출 감소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사업 체질 및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적자 해소···재무구조 개선 효과
MC사업본부 정리 방법으로 매각이 가장 이상적인 해법으로 꼽혔으나, 베트남 빈그룹 등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기업들과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LG전자는 차선책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중국, 브라질, 베트남 등에 스마트폰 1839만대 규모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 기술 지적재산권(IP)을 제외한 설비만으로서는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LG전자 MC본부 해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 나타날 전망이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인력 3449명을 LG 계열사나 LG전자 타 사업본부로 전환 배치한다. 고용 유지 방침에 따라 점진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발생했던 8000억원 규모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 유지에 따른 잔류 인력을 감안해 MC사업본부의 연간 적자 축소폭은 5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면서 "일시적인 효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재무 개선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롤러블 대신 '전장' 펼친다···올 하반기 턴어라운드
LG전자는 올해 휴대폰 사업 철수와 함께 그간 발목을 잡았던 전장부품 사업도 흑자전환에 나선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해왔다. LG전자가 업계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공급선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저가 부품 수주가 수익성이 약화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올 하반기 전장사업 손익분기를 달성하고 오는 2023~2024년까지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전사 영업이익률 수준인 5%대로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장사업 수주잔고는 약 60조원이다. 전장부품 사업 수주잔고도 매년 10~20%가량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출범하는 합작법인(JV)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은 올해나 내년 중 신규 수주를 통해 2023년부터 매출 반영이 예상된다.
증권업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함께 전장 사업 흑자전환 효과에 따라 내년 LG전자 전사 영업이익이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LG전자 전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3조1949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3조원을 처음 웃돌았다. 이어 올해는 3조원대 중반, 내년 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고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전장 사업 수주잔고가 60조원 규모인 점을 보면 올 하반기 턴어라운드에 대한 가시성은 높다"면서 "최근 반도체 수급이 빠듯해진 점은 전장 사업 축소 리스크가 될 수 있겠지만, 길게 방향성을 보면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까지 점진적으로 사업 실적이 개선되는 방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