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500자 작성 쉽지 않아...기성 작가 삶 역시 불안정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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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웹소설 작가를 꿈꾸고 있는 김성민(가명·31)씨는 퇴근 후 매일 밤 늦게까지 웹소설을 쓴다.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리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하지만 성공적인 작가 데뷔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김씨는 “직장을 다니며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며 “그래도 성공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소설 시장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대중화와 함께 최근 몇 년 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기준 약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약 6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웹소설 업계는 추정한다. 월 매출 10억원을 넘어선 웹소설도 나왔지만 대다수 웹소설 작가들의 현실은 어렵다.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

웹소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1년에 수억원을 버는 작가들도 등장했다. 웹소설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자,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도 크게 늘었다. 현재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가 추산하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은 약 20만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웹소설 스토리 구상 등을 도와주는 학원도 생겼다.

웹소설은 말 그대로 웹상에서 연재되는 소설을 의미한다. 지난 2013년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용어가 상용화·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과거 1990년대 PC통신문학, 2000년대 유행한 인터넷소설 등이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 A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째 소설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서 ‘투데이 베스트’에도 두번 정도 올랐으나 결국 소설 유료화에는 실패했다.

그는 “처음 쓴 작품이 어느정도 인기를 끌어 웹소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며 “그러나 당연히 유료화에 성공할 줄 알았던 첫 작품이 중간에 연독률 방어에 실패해 결국 연재를 중단했다.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썼지만 유료화 성적까지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웹소설의 경우 특별한 형식이 없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에 속한다. 당장 관련 플랫폼에 글을 올리면 아마추어 작가가 될 수 있다. 물론 웹소설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보통 지망생이 작가로 데뷔하는 방법은 웹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자유 연재를 통해 출판사와 계약을 하거나 공모전을 통해 입상하는 경우다. 현재 남성향 웹소설 기준 아마추어가 작가가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은 크게 ‘문피아’와 ‘조아라’ 정도가 있다.

출판사들의 컨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일 최소 5500자정도를 꾸준히 써야만 한다. 하루라도 소설을 올리지 않으면 독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글을 재미있게 써야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게 매일 연재를 하다보면 높은 조회수를 기록, 투데이 베스트에 입성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투데이 베스트에 오르는 것 역시 시작에 불과하다. 그 안에서도 다른 작가들과의 경쟁을 통해 계속해서 순위를 높여야만 웹소설 유료화에 성공할 수 있다. A씨는 “친구 몇 명도 같이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혼자 남았다”며 “5500자를 매일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순위를 높여 출판사 컨택을 받을 경우 보통 작가와 출판사가 수익을 7대3으로 나누게 된다. 다만 계약 조건에 따라 8대2나 6대4 등의 조건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와 계약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문피아,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등에 올려 수익을 얻게 된다. 회차는 보통 200회 정도를 진행한다. 독자들은 이렇게 올라온 소설을 1편당 100원 정도에 구매한다.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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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기성 작가의 삶…“전업 신중해야”

유료화에 성공해 기성 작가가 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성 작가들은 웹소설 작가로서의 삶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3년차 전업 작가인 B씨는 매일 아침 근처 카페로 출근한다. 그곳에서 오전에 약 3시간 정도를 소설 집필에 몰두한다. 이후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에 4시간 정도 소설 집필에 나선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의 일과는 끝나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다음화 줄거리를 구상해야하기 때문이다. 줄거리 구상 역시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정도가 걸린다. B씨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자신을 부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직장 다닐때보다 일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1년차 작가인 C씨는 조아라에 매일 소설 2편을 올리고 있다. 총 분량만 1만자에 달한다. 문피아와 달리 조아라의 경우 높은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2편 정도를 동시에 올리는 소위 ‘연참’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C씨가 매일 1만자를 작성해 버는 돈은 한달에 100만원 남짓. 이는 월 최저임금인 182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이다.

아직 20대인 C씨는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웹소설 쓰는게 좋아 도전하고 있지만 통장에 찍히는 돈을 보면 의욕이 확 꺾이는 경우가 많다”며 “1년 정도만 더 해보고 그만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웹소설 작가들은 전업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최소한 3개 작품 이상 흥행에 성공할 경우에만 전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B씨는 “첫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차기작이 무조건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며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첫 작품 성공 이후, 차기작 흥행에 실패해 업계를 떠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료화에 성공해도 1년 동안 총 1000만원 정도 밖에 못 버는 경우도 많다”며 “이를 달로 나눠 계산할 경우, 한달에 10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장민지 경남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웹소설의 경우 작품에 대한 소비가 굉장히 빠르고 트렌드가 자주 바뀐다는 점에서 장기 흥행이 쉽지 않다”며 “성공한 작가들 중에도 다른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업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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