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 도매제공·도매대가 인하 성명 발표
통신업계 “핵심 LTE 가입자 이탈 우려해 압박 나선 것”
알뜰폰업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양원용 KB국민은행 MVNO사업단장,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KB국민은행에서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양원용 KB국민은행 MVNO사업단장(왼쪽),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KB국민은행에서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빌려주고 받는 '도매제공대가'의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알뜰폰 업계가 돌연 도매대가 인하를 주장하며 정부와 SK텔레콤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이동통신업계 안팎에선 5G 가입확산에 따라 알뜰폰 사업의 핵심인 LTE 고객의 이탈을 우려한 가운데, 주도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알뜰폰업계에서조차 도매대가 인하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자생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한국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SK텔레콤의 신규 온라인 요금제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새 요금제를 알뜰폰도 판매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을 해줄 것과 도매제공대가를 인하해달라며 촉구에 나섰다.

원래 도매대가 협상은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이지만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을 상대로 제대로 협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이를 대신해왔다. 협상 결과에 따라 SK텔레콤이 도매대가를 먼저 정하고 나면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따르게 되는 만큼, 알뜰폰 업체들 입장에선 중요한 협상이다.

그러나 지금껏 협상이라기보다는 과기정통부가 도매대가를 정해 고시하면 SK텔레콤이 이를 따르는 방식으로 결정돼온 것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의 온라인 요금제 출시와 함께 도매대가 인하는 기정사실화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기정통부가 그간 알뜰폰업계 활성화를 기조로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의 온라인 요금제 사전협의 과정에서 알뜰폰 고사 우려를 이유로 합리적인 도매대가 제공을 요구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이렇다 보니 이동통신업계 안팎에선 갑작스러운 알뜰폰협회의 성명발표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도매대가 협의는 말이 협의지 항상 과기정통부 뜻대로 정해졌다. 법상 자신들의 권한인 걸 과기정통부도 잘 알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도매제공대가를 정해서 고시하면 그만이다”며 “알뜰폰협회도 도매대가 인하가 정부와 SK텔레콤이 협의하고 말고 할 것이 아니란 걸 다 알 텐데 성명서까지 발표한 것이 의아하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업계에선 5G 가입자 순증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알뜰폰 업체들이 자신들의 핵심 고객인 LTE 가입자들의 이탈을 우려해 성명서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알뜰폰 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알뜰폰 협회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5G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LTE에서 5G로 이동하는 것이 보이니까 주도권을 쥐고 싶은 것”이라며 “더군다나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본인들의 입지가 넓어졌다고 생각하는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도 “도매대가 인하 결정 과정을 다 알면서도 성명서까지 발표한 것을 보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일종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것 같다”며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통사 대비 요금차별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이동통신 3사의 5G 가입자 수 증가는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5G 가입자 수는 전월 998만3978명과 비교해 94만8385명(9.5%)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8월 말 80만1017명을 뛰어넘는 수치로 5G 상용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통신사별 가입자 수는 ▲SK텔레콤 505만2111명 ▲KT 333만4752명 ▲LG유플러스 254만853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알뜰폰 가입자 총 8909만9447명 중 LTE 가입자는 602만615명이지만 5G 가입자는 4647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9년 12월 187명에서 약 1년 동안 446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5G 중저가 단말기 보급 확대 및 이통사 중저가 요금제 출시로 올해 5G 가입자 증가는 더 빨라져 알뜰폰 사업자들의 사업환경은 더 열악해질 전망이다.

한편 지금까지 대부분 중소 알뜰폰 사업은 정부의 지원사격으로 인한 지속적인 도매대가 인하를 바탕으로 이뤄져 왔다. 자체적인 투자는 사실상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알뜰폰업계 내부에서도 알뜰폰 업체가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 지원책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알뜰폰 업체들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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