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상품 출시, 황현식 사장 의중 반영
결합상품, ‘고가요금제 한정’···수금방식도 불편
월 4만원대 요금제, 지난해 KT 요금제와 유사···시장 요구 반영 안 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LG유플러스가 새해 초부터 새로운 결합상품과 중저가요금제 등을 출시하면서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찐팬’을 확보하겠단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합상품은 고가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정했고 요금 납부방식도 번거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5G·LTE·인터넷 요금 결합 서비스 ‘U+투게더’를 출시했다. U+투게더는 지인들과 통신 요금을 묶을수록 할인이 커지는 결합 서비스다. 결합은 최대 5명까지다. 할인액은 2인 결합 시 각 1만원, 3인 시 각 1만4000원, 4~5인은 각 2만원으로 결합 인원이 많을수록 할인액도 올라간다.
여기에 ‘선택약정’ 25% 할인과 ‘LTE요금그대로약정’ 할인이 더해지면 총 할인액은 더 커진다. 4인 결합을 한 5G 무제한 요금제(8만5000원·이하 부가세 포함) 가입자의 경우 결합(2만원), 선택약정(2만1250원·선약), LTE요금그대로약정(5250원)으로 총 4만6500원을 할인받아 월 3만8500원에 월정액을 쓸 수 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월 4만원대 5G 요금제도 내놨다. 11일 출시된 ‘5G 슬림+’ 요금제는 월 4만7000원에 5G 데이터 6GB를 쓸 수 있다. 선약을 적용할 경우 월 3만5250원에 이용이 가능하다. 오는 29일에는 기존 ‘5G 라이트’ 요금제의 기본 제공 데이터를 33%를 늘린 ‘5G 라이트+’를 선보인다. 월 5만5000원에 9GB를 쓸 수 있던 5G 제공량이 월 12GB로 늘어난 셈이다. 선약 시 월 4만125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LG유플러스가 새해 초부터 신규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황현식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양보다 질을 중요하게 생각해 통신사업의 본질인 고객가치 개선에 집중하고 고객이 주변에 우리의 서비스를 알리는 ‘찐팬’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신규 상품 출시와 함께 ‘찐팬’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 상품들이 시장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찐팬’ 확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U+투게더는 고가의 데이터 무제한요금제 가입자에게만 제공된다. 그러나 현재 5G 품질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킬러콘텐츠가 부족한 탓에 시장에선 고가요금제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품질과 서비스 개선 등에 가시적인 성과 없이 고가요금제 가입자 확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U+투게더는 결합 시 대표자를 지정해야 하는데 결합 이후에는 대표자를 임의 변경할 수 없고, 대표자가 같이 결합한 지인들에게 매월 통신비를 직접 걷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이 예상된다. 예컨대 4인 결합 시 대표자에게 매달 15만4000원이 청구된다. 대표자는 본인을 제외한 3명에게 통신비를 걷어야 하는데 수금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가입자 불편은 불가피하다.
이른바 ‘통신비 셔틀’이라는 악용 사례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자에게만 통신비가 청구되는 탓에 대표자가 매달 수십만원을 내고도 표면적으론 지인으로 명시된 가입자들에게 통신비를 받지 못해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요금 통합납부는 선 넘은 것 아니냐”, “고가 요금제에만 해당되는 실속 없는 결합할인이다”, “한 명이 통신비를 수금해 내는 형식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통신비 셔틀도 나오겠다”는 등 반응이 나온다.
월 3만원대(선약 시) 요금제는 앞서 KT가 내놓은 요금제와 별반 차이 없는 ‘생색내기 요금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5G 슬림+ 요금제의 기본 제공 데이터는 6GB며 기본 제공 데이터 소진 시 최대 400kbps로 속도가 제어된다. 지난해 10월 KT가 내놓은 ‘5G 세이브’ 요금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 5G 세이브 요금제는 데이터 5GB를 기본 제공하지만 기본 제공 데이터 소진 시 역시 400kbps로 속도가 제어된다.
5G의 가장 큰 장점이 속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400kbps 속도는 그 의미가 퇴색된다. 일반적으로 400Kbps의 속도는 동영상 시청도 어려운 정도다. 이 때문에 KT의 요금제 역시 시장에서 외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LG유플러스 신규 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 6GB는 가입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데이터의 23%에 불과한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5G 가입자들의 1인 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약 26GB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평균치에 준하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100GB 이상 또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 5G 요금제 가입자는 “중저가 요금제라고 내놨지만 데이터를 한 달에 30GB 정도 쓰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선 여전히 가입할 만한 요금제가 없어 구경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