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등용문 자유연재란 없어
다른 플랫폼에서 성장한 작가 독점계약도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웹소설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카카오페이지가 신인 웹소설 작가 육성은 외면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지는 여타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이 운영하는 아마추어 등용문 ‘자유연재란’이 없다. 콘텐츠 제공업체와만 계약해 작가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카카오가 주목도 높은 플랫폼이라 타 플랫폼 업체에서 성장한 작가들이 많이 이동하고 있지만 카카오도 자체 작가 육성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로, 현재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웹소설, 주문형 비디오(VOD)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여기에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페이지 지난해 매출액은 2570억원으로 지난 2013년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을 처음 선보였던 당시 매출인 21억원과 비교해 122배 이상 성장했다.
카카오페이지 급성장 비결은 지난 2014년 도입한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모델이다. 기다리면 무료는 카카오페이지 독자 모델로 만화책이나 웹소설 한 권을 여러 편으로 나눠 이용자가 한 편을 본 뒤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바로 다음 편을 보려면 요금을 내야 한다.
기다리면 무료 도입 이후 이용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카카오페이지 매출과 가입자 모두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이용자들이 무료 콘텐츠를 위해 매일 카카오페이지를 방문하게 되면서 고객 충성도 역시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콘텐츠 업계는 네이버웹툰에 상대적으로 밀렸던 카카오가 웹소설을 전면에 내세우며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을 크게 성장시킨 것으로 본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기존 웹소설은 보는 사람만 보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카카오페이지 출범 이후 웹소설을 즐기는 이용자풀 자체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웹소설 작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은 카카오페이지다. 문피아, 조아라 등 다른 웹소설 플랫폼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 중 상당수가 카카오페이지 입성을 노린다. 특히 장르별 상위권에 안착할 경우, 매달 수천만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 카카오페이지가 신인 작가 육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웹소설 플랫폼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불구, 신인 작가 육성 의지는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웹소설 플랫폼들은 자유연재란을 통해 아마추어 작가들의 연재를 장려한다. 대표적으로 문피아의 경우 하루에도 수천개가 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이 올라온다. 이 가운데 인기를 얻은 일부 작품은 여러 출판사들의 컨택을 통해 정식 작품으로 등록될 기회를 얻게 된다. 문피아는 또 ‘문피아 아카데미’라는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무료 강좌도 운영한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작가가 직접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을 연재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대다수 플랫폼에 존재하는 자유연재란 자체가 없다. 작가가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을 연재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공급자(CP)와의 계약을 통해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다. 물론 가끔 열리는 공모전을 통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으나, 기성작가와도 경쟁하는 공모전 특성상 신인 작가가 공모전을 통과할 확률은 극히 낮다.
결국 신인 작가가 카카오페이지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문피아나 조아라 등 다른 플랫폼에서 실력을 쌓고 그곳에서 인정받아 CP와 계약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플랫폼 입장에서 비용을 들여 신인 작가를 키웠는데, 카카오페이지가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검증된 작가들만 빼가는 상황이 발생하게되는 셈이다.
한 웹소설 작가는 “이전에는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연재하는 게 가능해, 작가들이 카카오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에 큰 불만이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각 플랫폼마다 독점작들이 늘어나면서 기껏 키운 작가들이 카카오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에 불만이 많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웹소설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지가 웹소설 전체 매출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은 맞다”며 “그러나 생태계 발전을 위한 작가 육성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지는 향후에도 자유연재란을 운영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현재 CP나 에이전시가 발굴한 신인작가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드물지만 카카오페이지가 직접 신인작가 작품을 발굴하기도 한다”며 “특히 현재 카카오페이지 주력 장르가 된 ‘로맨스판타지’는 초창기 기성작가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장르인데 카카오페이지가 주도적으로 신예작가들과 함께 키워서 주류로 만든 장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