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부동산 펀드 가입한 기관·법인에 IPO공모주 차별배정 의혹
김성현 대표 문책경고 사전통보···KB證, IPO경쟁력 도약에 '암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김성현 KB증권 대표가 호주 부동산 펀드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손실보상 차원에서 IPO기업 공모주를 차별배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
금융감독원의 주장대로 공모주차별배정이 사실이라면 KB증권 역시 IPO업무와 관련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증권은 내년 상장예정인 ‘대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지의 대표상장주관을 맡는 등 IPO분야에서 도약을 꾀하고 있는데 이번 제재심 향방에 한층 시선이 쏠린다.
◇ 공모주차별배정 의혹 밝혀질까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고 있는 금융감독원 3차 제재심에서는 KB증권에 대한 심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0일 진행된 1차 제재심에서는 라임펀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을 심의했고 이달 5일에 진행된 2차 제재심에서는 대신증권과 KB증권에 대해 논의했다. KB증권에 대한 심의는 시간 관계로 3차 제재심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 책임을 물어 KB증권 WM부문 대표인 박정림 대표에게 직무정지를, 호주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서 김성현 IB부문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사전통보한 상태다.
KB증권은 지난해 사기로 드러났던 ‘JB호주NDIS펀드’(호주 부동산 펀드)를 가입한 고객들 가운데 보상을 하지 않았던 기관이나 법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손실보상 차원에서 자사가 지난해 상장주관을 맡았던 A사의 공모주를 차별배정해줬다는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
호주 부동산 펀드는 호주 정부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펀드라며 JB자산운용이 설정했던 펀드다. KB증권은 지난해 3~6월 기관에는 2360억원, 법인·개인투자자에는 904억원 등 총 3264억원 규모를 판매했는데 지난해 9월 현지 투자회사의 사기극임이 드러났다. KB증권은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는 100% 보상을 완료했지만 기관투자가 및 법인에 대해서는 100%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이 KB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KB증권은 손실보상 및 달래는 차원에서 그해 11월 상장한 A사의 공모주를 해당 투자자에게 더 많이 배정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 측의 주장이다. 반면 김 대표와 KB증권 측은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앞서 열린 2차 제재심에서 김 대표와 금융감독원은 서로 원론적 주장만 확인했다. 이날 열리는 3차 제재심에서는 금융감독원 측이 프레젠테이션(PT) 발표를 통해 공모주차별배정 의혹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과 근거를 제시하며 공격에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스모킹건(결정적증거)이 제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KB증권도 '후폭풍' 불가피
공모주차별배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 대표 개인징계 외에도 KB증권은 거센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뢰가 핵심인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별로 공모주를 불법적으로 차등배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회사 차원의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CEO에 대한 징계와 함께 기관징계(일부 또는 전부 영업정지)도 사전통보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상장주관업무와 관련해 KB증권에 징계를 내린다면 KB증권의 IPO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 분야에서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채권발행주관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증권사지만 주식발행시장(ECM)의 핵심인 IPO에서는 ‘빅3’인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입지가 워낙 탄탄해 자리를 쉽사리 잡지 못해왔다.
KB증권은 KB금융그룹에 인수된 이후 IPO주관업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일반기업 상장주관뿐만 아니라 스팩, 공모리츠 등으로 IPO주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고 매년 성장세가 뚜렷했다. 2016년 9위였던 IPO주관순위는 2018년 이후 4~5위권에 안착하고 있다. 이에 향후 대형IPO를 다수 소화해낼 수 있는 증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KB증권은 2018년 이후 대형 IPO딜의 대표주관사 입찰명단에 이름을 자주 올리고 있다. IPO시장에서는 트렉레코드(기록)가 주관사 입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KB증권은 SK매직, 호반건설 등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고 원스토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IPO 대표주관도 따냈다. 여기에 삼성증권과 더불어 내년 최대어로 평가받는 카카오뱅크 IPO의 유력한 대표상장주관사 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수조원 이상인 대형 IPO딜의 소화능력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로 기업가치가 10조원에 육박하는 카카오페이는 최근 IPO 대표주관사를 기존 KB증권, 골드만삭스 두 곳에서 공동주관사였던 삼성증권과 JP모건을 추가해 4곳으로 늘리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KB증권이 IPO업무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다면 향후 이어질 대형IPO딜 수임경쟁에서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