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위주 체질개선 통했다
네이버 매출 2조원 시대, 카카오 매출 1조원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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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국내 포털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3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증가한 상황속에서 신사업 위주의 체질 개선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5일 카카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1% 늘어난 1조1004억원, 영업이익은 103% 증가한 120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분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네이버 역시 매출 1조3608억원, 영업이익 291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8% 늘었다. 특히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기업결합으로 이번 분기 부터 매출집계에서 제외된 모바일 메신저 라인 매출을 포함한 매출은 2조598억원으로, 분기 기준 2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신사업 전면에 내세운 네이버·카카오

포털과 메신저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대를 신사업 확장 기회로 삼았다.

네이버는 지난 3분기부터 매출 구분을 기존 광고, 비즈니스플랫폼, IT플랫폼, 콘텐츠서비스 등에서 서치플랫폼(검색·디스플레이 광고), 커머스(쇼핑), 핀테크(간편결제·디지털 금융), 콘텐츠(웹툰·영상 등), 클라우드 등으로 변경했다. 네이버 매출 구분 변경은 기존 포털 중심 검색·광고에서 핀테크·콘텐츠 등 신사업 위주로 옮겨 가는 중장기 사업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과거 검색·광고 위주와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며 “커머스뿐 아니라 핀테크·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투자하고 달려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이에 앞서 지난해 1분기부터 매출 구분에 신사업을 추가한바 있다. 기존에는 광고(카카오·다음), 콘텐츠(게임·뮤직·유료콘텐츠), 기타(커머스·모빌리티·페이 등) 등으로 매출영역을 구분했으나 지난해 1분기부터는 플랫폼과 콘텐츠부분 2가지로 나눴다.

플랫폼부문은 톡비즈, 포털비즈, 신사업(모빌리티·페이·기타 연결자회사) 등이 포함되며 콘텐츠부분은 게임, 뮤직, 유료콘텐츠, IP비즈니스 등이 들어간다.

◇3분기 호실적 이끈 신사업

3분기 실적과 관련해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신사업 부문의 높은 성장이 이번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네이버의 경우 매출 자체는 검색·광고 부문인 서치플랫폼이 7101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대비 성장률은 8.2%에 그쳤다. 반면 신사업 부문은 모두 두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쇼핑이 포함된 커머스 부문 매출은 2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40.9% 증가했으며, 핀테크 부문은 전년 대비 67.6% 늘어난 174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콘텐츠 부문 역시 매출 11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8% 늘었다. 클라우드 부문은 비대면 환경으로 인한 클라우드 수요 증가와 각 서비스의 고른 성장으로 전년 대비 66.2% 증가한 76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카카오 역시 신사업 부문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전통적 매출원인 포털비즈(다음 PC, 다음 모바일, 기타 자회사광고 등)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121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규 광고 플랫폼인 비즈보드가 포함된 톡비즈 매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2844억원을 달성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비즈보드 월간 매출은 매월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평균 매출도 가파른 상승세로 9월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12월에는 일평균 매출 1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즈보드는 연말까지 1만 곳 이상의 광고주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9월 기준 누적 광고주 수가 이미 1만2000곳을 넘으며 예상보다 빠르게 광고주 풀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모빌리티와 페이가 포함된 신사업 부문 매출은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플랫폼 사업 매출  ▲카카오페이 결제 거래액 ▲금융 서비스 등 확대로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488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지 등이 포함된 유료 콘텐츠 매출 역시 전년 대비 61% 성장한 148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최근 설립한 콘텐츠 제작 전문 자회사 카카오M이 포함된 IP 비즈니스 기타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 전년 대비 2% 증가한 915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카카오, 핀테크·콘텐츠 ‘격돌’ 전망

네이버와 카카오는 핀테크·콘텐츠 등 신사업 분야에서 경쟁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페이 3분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38% 성장한 17조9000억원이다. 3분기까지 누적 거래액은 47조원으로, 이 추세라면 연내 70조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월 출시한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수는 10월 기준 250만개로 확대됐으며, 펀드 투자는 지난 9월에만 520만 건이 이뤄졌다. 카카오뱅크는 분기 기준 첫 흑자(순이익 406억원)를 기록했다.

경쟁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역시 올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쇼핑 등 모회사 플랫폼에 힘입어 온라인 결제영역에서 고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기준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6조8000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62% 늘어난 수치다. 네이버는 4분기 오프라인 포인트 QR 결제와 함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출 출시로 SME(중·소 상공인)를 위한 핀테크 서비스도 출시한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포털 시절부터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분야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이후 경쟁은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등 모바일앱으로까지 확장됐다. 여기에 네이버의 CJ ENM 지분 교환을 통한 영상 콘텐츠 역량 강화, 카카오의 영상 전문 자회사 카카오M 설립 등 영상 분야로까지 콘텐츠 경쟁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18년 11월 카카오M을 설립했으며 최근까지 공격적으로 영화 제작사 및 연예 기획사를 인수해 왔다. 지난 9월에는 카카오톡 플랫폼에 ‘카카오tv’를 개편해 출시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영상 콘텐츠 유통에 나선 것이다. 여민수 대표는 컨콜에서 “카카오TV가 출시 한달만에 누적 재생수 1000만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지난달 26일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한 전략적 사업 제휴 강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과 함께 각 사가 보유한 IP를 통한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CJ ENM 산하 OTT 서비스인 티빙의 지분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과거 포털, 메신저에서 경쟁하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제는 신사업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했다”며 “향후에는 핀테크, 콘텐츠 분야를 넘어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B2B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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