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내달 한진칼에 8000억원 자금 투입하며 10.66% 지분 확보···조원태 손 들어줄 가능성 높아
KCGI, 올해 말 주주명부 폐쇄 전 산은 등재 막기 위해 총력···가처분 신청 및 임시주총 등
가처분 신청 기각될 가능성 높아···산은 “법적 검토 이미 끝내”, 항공업 재편 강조하며 예외 노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가 올해에도 한진그룹에 밀리는 양상이다. KCGI는 지난 20일 한진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경영권 다툼에 불을 지폈으나, 산업은행이 3대 주주로 등극하게 될 경우 또 다시 참패를 맛 볼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올 연말에 산은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지다. 임시 주총을 앞두고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전에 산은이 주주명부에 포함될 경우, KCGI가 주총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 산은이 한진칼 자금 투입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은은 내달 2일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에 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다음날인 3일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인수한다. 이 경우 산은은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해 KCGI 등 3자연합, 조원태 회장 측에 이어 3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산은은 향후 외부 독립기구를 설치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경영 평가를 통해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진을 퇴출시킬 것이라는 의사를 밝혀왔다. 즉, 바꿔 말하면 당분간은 현 경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또 이동걸 회장이 지난 19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회장 측을 옹호하고 KCGI를 비난하는 투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같은 점을 종합할 때 산은이 현재로선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KCGI 입장에선 주총 전에 산은이 주주명부에 오르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셈이다.
25일 서울중앙지법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관련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을 진행한다. 앞서 KCGI는 법원에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제3자 유상증자는 불법이라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게 될 경우 산은이 한진칼에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면서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매년 12월 31일 최종 주주명부에 기재돼 있는 주주만이 그 다음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산은의 개입을 막아보기 위해 KCGI는 임시주총을 강행하는 강수를 펼쳤지만,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산은의 주주권리 행사를 막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진칼 정관에선 임시주총의 경우 이사회가 열리고, 이날로부터 3개월이 넘지않는 날을 정해 주주명부를 폐쇄하거나, 또는 이사회에서 날짜를 임의로 정할 수 있으며 2주 전에만 공고하면 된다.
한진그룹이 KCGI 요구를 받아들여 임시주총 일정을 정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더라도 현재 한진칼 이사회에는 KCGI 측 인사가 없기 때문에 한진그룹에 유리하도록 날짜를 최대한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CGI 등 3자연합은 지난 3월 주총에서도 반도건설이 주주명부 폐쇄전 취득한 한진칼 지분 8.28%에 대해 의결권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주총에서 패배한 바 있다.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소유 목적을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로 밝히고 추가 매입한 지분 3.2%에 대해서는 공시 위반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당시 주총 전 3자연합이 지분율을 계속 늘리며 주총 결과를 알 수 없었으나, 법원 판결로 주총 의결권 행사 지분이 줄어들며 싱겁게 끝난 바 있다.
결국 주총에서 3자연합이 제안한 사내외이사 후보 7명 전원 이사회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울러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법적공방에서도 KCGI가 불리한 형국이다.
가처분 심문이 열리기도 전에 KCGI와 한진그룹은 날선 공방을 이어가며 서로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KCGI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아시아나를 인수할 대안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반대로 한진그룹은 가처분 인용시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고 맞섰다.
산은은 앞서 KCGI의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다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인용 여부를 검토했으며 강성부 대표의 주장은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상법 제 418조 2항을 살펴보면 기술 도입, 재무 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관이 정하는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진칼 정관에서도 긴급한 자금 조달이나 자본 제휴 등을 위해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은과 한진칼이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상 목적이 아닌 항공업 재편 목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한편 이날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의 결론은 한진칼 유증 납입 기일인 내달 2일 이전에 판결이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