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오는 25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
유상증자 납입일인 내달 2일 이전 결과 나올 듯
인용 시 KCGI에 유리···기각 시 조원태 회장 측 ‘미소’
한진칼 주가가 산업은행 출자 이슈에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까닭이다. 법원이 KCGI의 손을 들어줄 경우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다시금 살아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경영권 분쟁 재료의 소멸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25일 한진칼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심문을 진행한다. 다음 달 2일이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 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산업은행 지원이 조 회장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 3자연합 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을 앞선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 짓고 약 10.7%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사정을 달라진다. 산업은행의 지분이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나설 것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양 측에 있어 이번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법원이 KCGI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원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역시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조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에서 한결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많아져 내년 주주총회 등에서 KCGI의 견제를 받지 않고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다. 기회가 전혀 없진 않겠지만 3자연합 입장에선 다잡은 물고기를 놓치는 셈이 된다.
특히 이번 결과는 한진칼 투자자의 희비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2018년 11월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달 20일 종가 기준 한진칼 주가는 7만3700원으로 2018년 11월 초 2만원대에서 3배 넘게 오른 상태다. 올해 4월에는 장중 11만10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양 측의 지분 싸움에 따라 주식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만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일방적으로 흐르게 될 경우 투심은 부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 제시한 한진칼의 목표주가는 3만원대에 머물러 있는데, 현재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결과로 이를 제외하면 적정 주가에서 벗어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는 KCGI가 패배할 경우가 주가에 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고 있다. 법원이 산업은행의 행위를 경영상의 합리적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판단한다면 인용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KCGI 측은 산업은행이 아니더라도 3자연합에서 출자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방법은 많았다며 이는 결국 조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유상증자를 경영상 합리적 목적 때문이라고 법원이 판단한다면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여지가 크다. 경영권 분쟁 상황이더라도 경영상 목적에 따른 것이라면 신주발행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는 까닭이다.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이번 유상증자 목적이 재무구조 개선과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두 곳 중 한 곳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개인들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가 정부의 항공산업 재편을 막는다는 점은 인용 결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고, 결과적으로 재벌을 위해 국민의 세금이 쓰인다는 점은 기각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