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수자 찾기 위해 구조조정 나서거나 극단적 경우 파산 가능성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창 앞에 양사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창 앞에 양사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합병을 둘러싼 상황은 시시각각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인수무산 가능성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그렇게 될 경우 아시아나 인수전은 안개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양사 직원들 중 인수합병에 찬성하는 쪽은 대한항공 일반노조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조,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인수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상황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KCGI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적대응에 나섰다. 산업은행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인 다음달 2일 전엔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여부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기 시작했다.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KCGI의 가처분 신청 후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무산가능성을 인정하듯 “법원의 가처분 인용 시 본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차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인수가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이 부담을 떠안은 상태로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허나 HDC현대산업개발 인수무산 사례에서 보듯 코로나19 위기 속 기업들이 인수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여력이 있어 언급이 됐던 SK 등 대기업들도 모두 인수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분명히 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인수마저 무산되는 경우 산업은행이 새 주인을 찾으려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도 주인을 찾기 어렵게 되면 이스타항공의 경우처럼 아예 파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인사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관련 계열사들까지 다 합하면 인원이 1만명 수준이라 파산의 파급력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이 때문에 산업은행도 어떻게든 아시아나항공을 살려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경우 합병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막상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다고 해도 고용불안의 시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인수가 계속해서 불발될 경우 해외기업까지 인수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허나 항공업종은 외국인이 등기이사를 맞지 못하게 하는 등 해외 자본 영향력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특수업종이라 해외기업이 인수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진그룹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더 이상 인수자가 없는 가운데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경영상태 부진에 코로나19라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겹쳐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이 같은 현실을 인식한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의 제안을 한진그룹이 받아들여 내린 대승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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