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지원금 개념 페이백 제안은 기본
출고가 50% 할인 48개월 할부·2년 후 휴대폰 반납 조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48개월 할부 구매하시면 2년 쓰고 반납 안 하셔도 남은 24개월 할부원금 면제해드릴게요. 80만원 더 싸게 사시는 겁니다.”
“지금 22만원 받고 선택약정 할인까지 받으시면 75만원 더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세요.”
애플 5G 스마트폰 ‘아이폰12 미니·프로맥스’가 출시된 첫 주말인 지난 22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 판매업자들은 “아이폰12 프로맥스 256GB 모델 조건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기자에게 페이백을 제안했다. 페이백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으로 불법이다.
이날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무색하게 문전성시를 이뤘다.
기자가 만난 휴대폰 판매업자들은 공시지원금을 받기보다는 선택약정(최대 24개월) 25% 할인을 통한 휴대폰 가입을 추천했다. 아이폰12 프로맥스 구매 시 통신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이 갤럭시S20 시리즈, 갤럭시노트20 시리즈 등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아이폰12 프로맥스에 책정된 공시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SK텔레콤은 5만3000원에서 13만8000원이며 KT는 6만3000원에서 24만원, LG유플러스는 8만4000원에서 20만3000원이다.
최고가 요금제로 가입해 최대 공시지원금을 받으면 출고가 160만6000원인 아이폰12 프로맥스(256GB)를 136만6000원에 살 수 있다. SK텔레콤 대표요금제인 ‘89요금제(월 8만9000원)’ 가입 시 공시지원금 12만6500원을 받아 134만7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 ‘22만원 페이백’ 단통법 위반 사례 속출…통신사 변경 시 추가 20만원 제안도
판매업자들은 통신사 선택약정 가입과 함께 판매업자로부터 최대 22만원의 현금을 받는 방식(페이백)을 제안했다.
‘아이폰12 프로맥스 256GB’ 모델을 선택약정으로 구매하면 89요금제 기준 총 53만4600원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출고가에서 지원금 22만원이 차감된 138만6000원(할부수수료 5.9% 제외)에 휴대폰을 살 수 있다. 총 75만4600원 할인받아 구매하는 셈이다. 공시지원금을 통한 휴대폰 값 12만6500원 할인 또는 선택약정 구매로 통신요금 53만4600원을 할인받아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단통법 시행 후 벌써 6년이 지났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보조금을 단속해도 페이백을 이용한 불법은 여전히 빈번하다. 이날 판매점 11곳을 확인한 결과,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22만원까지 페이백을 약속했다. 여기에 통신사를 변경할 경우 20만원을 추가로 얹어 주겠다는 판매자도 있었다.
판매업자 A는 “SK텔레콤 기기변경, 89요금제 4개월 유지, 선택약정 25% 가입을 조건으로 계약하시면 저희가 20만원 따로 챙겨드립니다. 기기변경은 리베이트 금액에 큰 차이가 없지만 LG유플러스로 통신사를 바꾸시면 여기에 20만원 더 드릴 수 있어요”라고 제안했다.
판매업자 B는 “선 지원금 21만5000원을 받고 24개월 할부하시면 월 5만8000원에 256GB 모델 가져가실 수 있어요. KT로 번호이동하면 시 4만원 더 올려드립니다”라고 말했다.
◇ 48개월 할부 + 2년 뒤 반납 = 반값?
선택약정 가입 및 휴대폰 48개월 할부 구매 조건을 내건 판매업자들도 있었다. 휴대폰을 24개월 사용하고 판매점에 방문해 반납 후 재구매하면 남은 24개월의 할부원금을 면제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절반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판매업자는 휴대폰 반납 조건조차 면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판매업자 C는 “SKT 5GX클럽에 가입하시면 월 7000원대 가입 수수료가 들어가는데 저희가 제공하는 ‘단골고객 보상프로그램’에 가입하시면 가입 수수료 빼드릴게요. 24개월 뒤 단말기를 반납하시면 출고가 절반인 80만3000원을 돌려드리겠습니다”리고 말했다.
판매업자 D도 “원래 5GX클럽에 가입하시면 2년 뒤 통신사에 기기 반납해야 하는데, 반납 면제해드릴게요. 대신 2년 뒤 휴대폰 바꾸러 이 매장 다시 방문해주시면 됩니다. 저희 전산에 다 남으니까 계약서 잃어버리셔도 괜찮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휴대폰 할부기간이 24개월에서 48개월로 늘어나면 그만큼 부담해야 하는 할부이자도 증가한다. 2년 뒤 판매점을 방문하더라도 구매 당시 약속한 ‘출고가 50% 페이백’을 받지 못할 위험도 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상프로그램에 가입하는 방식이 아닌 탓에 판매업자가 말을 바꿔도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 판매업자도 이에 대한 설명 없이 ‘반값’이란 점만 강조했다.
아이폰12 프로·프로맥스 모델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었다. 이날 아이폰12 프로맥스 모델은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퍼시픽 블루’ 색상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말 출시된 아이폰12 프로도 한 판매점에서만 예약을 걸어두고 한 달째 휴대폰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가 20명에 달했다.
◇ 단통법 무용론 탄력···폐지까지 이어지나
이렇듯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단통법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단통법 무용론에 힘이 실린다.
앞서 지난 2일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 폐지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동시 발의했다. 단통법을 폐지하되 소비자 보호에 도움이 되는 선택약정제도와 부가서비스 강매 금지 등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유지하는 게 골자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지원금 공시 의무를 모든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으로 확대해 모든 유통점이 통신사 홈페이지에 일주일 단위로 지원금을 공시하는 것이다.
모든 통신사와 대리점이 가격 면에서 완전자율경쟁체제로 가 소비자들이 싼 가격으로 폰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소비자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시장 경쟁자를 기존 이통3사에서 약 2만개로 늘리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단통법 무용론은 정부와 여당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폐지를 주장하는 야당과 달리 단통법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휴대폰을 살 때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유통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제품을 사는 제도인 ’완전자급제‘와 소비자가 통신사로부터 받는 휴대전화 구매 지원금 중에 단말기 제조사의 지원금과 통신사의 재원이 각각 얼마인지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인 ’분리공시제‘가 그 대안이다.
단통법은 불법보조금이 만연한 가운데 휴대폰을 제값을 주고 사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14년 도입됐다.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과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 지역·나이·신체적 조건 등의 사유로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통신사들이 보조금 규모를 줄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특히 통신사들은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이후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며 5G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며 단통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일부 유통망이 허위·과장 광고를 하면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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