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내년 인앱결제 정책 그대로 유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 발의됐지만 국회 과방위서 의견 갈려
스타트업 업계 "수수료30%는 개발자들에게 효용가치 높여주지 못해···국내 콘텐츠 업계 타격 불가피"
2021년 구글 인앱결제 도입시 IT·콘텐츠 매출 타격 '3조 5838억' 연구결과도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구글 인앱결제(IAP) 정책 도입이 한 달가량 남은 가운데, IT와 스타트업 업계가 구글 인앱결제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구글 인앱결제가 적용될 경우, 콘텐츠 산업의 피해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타격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021년 1월 인앱결제 도입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구글은 그동안 게임앱에만 부여했던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모든 앱에 적용할 예정이다. 웹툰, 웹소설, 이커머스, 음악 등 콘텐츠 앱들도 포함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IT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부담해야할 수수료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는 국제적으로 커지고 있다. ‘포트나이트’ 개발사 미국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나서면서 구글, 애플과 법적인 분쟁을 하고 있다. 애플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8일 내년부터 중소개발자와 영세개발자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30%를 1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애플과 구글을 바라보는 업계의 온도차가 생긴 이유다.
구글 측은 입장은 앱 내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방식이라 개발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과는 달리 개방형 운영체제(OS)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저렴한 수수료로 제공해 많은 기업들이 구글의 혜택을 봤다는 주장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글의 인앱 결제를 통해 통합적 데이터 관리, 민원 관리, 환불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구글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은 개발자에게 수수료 30%만큼의 효용가치를 주지 못하며, 오히려 수수료 부담만 키우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웹소설산업협회는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서명서를 내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 입법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글 갑질 방지법이나 전기통신사업자 개정안 등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 마켓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콘텐츠 개발자로 하여금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방위 의원들은 법안을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나서며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개정안 신중론을 주장한 과방위 의원들은 “인앱결제를 금지한 국가가 없고, 구글의 인앱결제를 막는다면 오히려 구글플레이를 이용하는 중소 앱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과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지난 2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이 지난 10년동안 인앱결제 강제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규제당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앱 마켓은 플랫폼의 플랫폼인 상위사업자”라며 “국회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앱 마켓사업자가 앱 개발사에게 특정 결제수단이나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세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이 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구글이 인앱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고정하고 인상한다면 중소개발자들은 끌려갈 수밖에 없고 구글플레이 입점을 하지 못하는 등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수수료 30% 책정은 구글이 정한 것이다. 업계에서 적당한 수수료라고 업계에서 제시한 것이 아니다”며 “콘텐츠 제작이나 수급 비용이 매출의 6~70%를 차지하는 콘텐츠 스타트업에게 30% 인앱수수료율은 엄청나게 높은 진입장벽이다. 신생 스타트업 자체가 출현하기 어려운 구조를 야기해 국내 콘텐츠 산업 자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스타트업과 콘텐츠 업계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내년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가 도입된다면 모바일 콘텐츠 산업 거래액 기준 연간 2조3366억원이 감소될 것”이라며 “애플 앱스토어까지 함께 계산한다면 연간 3조5838억원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콘텐츠 사업 매출이 축소되면서 다른 산업까지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면 1만8000명 정도 노동 감소효과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특히 앱 통행세 확대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에 더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영업이익이 낮은 기업일수록 (수수료 인상 시) 매출과 거래액이 감소했다”며 “이 수치들은 단순히 경제적 수치가 아니라 콘텐츠 업계의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증거다. 구글은 사회적 효익을 위해 수수료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