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 결국 해 넘겨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미국 정부가 국회 입법을 추진 중인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과 관련해 통상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 압박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및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일 ‘구글 등의 앱스토어 운영정책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부 유선통화 결과’라는 제목의 공문을 정부 관계부처(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에 보냈다.

문건에는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상 문제 등에서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USTR 부대표부의 발언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STR은 양자·다자간 무역 협상을 수행하고 정부 내 무역 정책을 조율하는 등 기능을 가진 정부 기관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진 뒤, 일각에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추진이 결국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이 올라와 있다. 구글이 내년부터 자사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인앱결제 시스템 적용을 강제하고 수수료율을 30%로 인상하는 정책을 발표해 국내 인터넷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마련된 법안이다.

당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연내 통과될 것처럼 보였지만 국정감사 막바지, 야당 측이 자유무역협정(FTA) 저촉 가능성을 언급하며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이후 인터넷업계가 개정안 통과를 거듭 촉구했음에도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당시 업계에선 미국 당국과 구글이 국회 입법 저지를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국회 차원에서 법안 처리 논의가 진행되자, 구글이 국내 신규 콘텐츠·앱 사업자에 대해서도 기존 콘텐츠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수수료 인상을 내년 9월 말로 유예하기로 한 것도 입법 지연을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애플이 중소개발자에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일시적 유예일 뿐 내년 9월 시행될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구글의 의도적인 시간 끌기와 미 당국의 압박에도 법안 개정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

법 개정이 흐지부지되면 결국 중소사업자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구글이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사업자들의 수수료 부담과 자체 결제시스템 교체 부담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이용료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개정안 연내 통과는 물 건너갔지만 내년 9월 정책 시행 전까지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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