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낸드 인수 효과로 5년 내 매출 3배 공약…기업용 SSD 수요 공략
中 다롄 팹서 FG 기술 지속…2021년 이후 CTF 기반 기업용 SSD 제품 개발
D램 기업 넘어 메모리 선두 업체로 도약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면서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시장 설득을 위해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선 이석희 최고경영책임자(CEO) 사장까지 이례적으로 참여했다. 매 분기 실적발표 당시 주로 D램 시황과 전망을 묻던 증권가의 질문도 낸드플래시 사업과 전망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두고 사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을 불식하기 위한 해명도 내놨다.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통해 단기적인 외형 급성장 뿐만 아니라 고부가 SSD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사업 내실까지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90억달러(10조2000억원)란 역대 최대 규모 인수금액 조달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간 급성장이 예상되는 서버용 SSD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목표다.
◇ ‘낸드’ 질문 쏟아진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발표
4일 이 사장은 3분기 SK하이닉스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참여해 “내년 말로 예상되는 1차 클로징 시점에는 SSD 사업 관련 지적재산권(IP)를 포함한 기술과 제품 그리고 세일즈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즉각적으로 당사의 낸드 사업 매출과 수익성 증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인텔의 옵테인 사업을 제외한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금액은 총 90억달러(10조2000억원) 규모로, 인텔의 옵테인 사업을 제외한 낸드 사업 전 부문을 인수한다. 인수 절차는 내년과 2025년 3월에 두 차례 걸쳐 진행된다. 시장에선 단기적으로 1차 인수가 끝나는 내년 말 이후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이 올해 10%대에서 20%대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는 이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낸드 매출을 인수 이전 대비 3배 이상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낸드 매출액은 45억5200만달러(약 5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오는 2025년까지 매출 15조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인 사업 외형 성장을 넘어 자체 SSD 기술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 제작 기술을 두 가지 방향으로 운영한다. 중국 다롄 팹에선 인텔이 개발해 온 플로팅게이트(FG) 기반의 낸드 개발을 지속해 기업용 수요에 대응하고 국내 팹에선 차지 트랩 플래시(CTF) 기술을 유지하며 모바일 시장에 대응한다. 여기에 내년 말 1차 인수가 끝나면 CTF 낸드 기술과 인텔의 SSD 솔루션을 접목한 기술 개발에 돌입한다. 이는 현재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매출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기업용 SSD 판매 비중을 더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10년 후 6배 가까이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센터향 SSD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이 사장은 “인텔이 유지해 온 FG 기술은 QLC를 포함해 이를 넘어선 PLC에 장점이 있어 콜드 스토리지 향으로 기대가 크며 다롄 팹에서 생산되는 것은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사업 진행할 것”이라며 “당사가 개발한 CTF 타입 낸드를 이용해서 인수 예정인 인텔의 SSD사업부의 솔루션 기술을 접목한 제품 또한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롄 공장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따른 추가적인 투자 부담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다롄 팹의 FG 기술 개발에 따른 비용은 다롄 팹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충당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번 인수하는 낸드 사업은 자체적으로 창출되는 영업 흐름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다롄 팹에 대한 투자를 커버할 수 있다”며 “하이엔드 기업용 SSD 시장에 우리가 진입하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 자원은 상당하지만, 사업 인수를 통해 이미 구축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를 활용하고 하이엔드 SSD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즉각적인 효과가 일어나기에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인텔 인수를 위한 90억달러 규모 자금 조달도 무리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제기된 키옥시아의 주식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은 검토는 하겠으나 아직 절실하게 필요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채임자(CFO)는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는 여러 중장기적인 전략적 의도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텔 낸드 사업 인수 자금 조달 목적으로 키옥시아 주식을 서둘러 정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자금 조달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낸드 흑자는 아직…내년 상반기 수요 반등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액 8조1288억원, 영업이익 1조299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 33%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9%, 영업이익은 175% 증가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16%로, 전 분기 대비 7%포인트 하락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9%포인트 상승했다.
올 3분기 D램과 낸드 모두 가격이 전 분기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스마트폰용 메모리 수요는 회복세였지만 데이터센터용 서버 D램과 SSD 수요가 상반기 대비 약세였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4% 늘었지만 평균판매가격(ASP)는 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낸드 역시 전 분기 대비 9% 출하량이 늘고도 ASP는 10% 하락했다. 그럼에도 128단 낸드 및 신제품 수율을 개선한 덕에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은 사수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3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 후발주자다. 낸드 시장은 3사가 과점한 D램 시장과 달리 삼성전자를 제외한 3~4개사가 10%내외 점유율을 쥐고 경쟁한다. 증권업계선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낸드 사업에서 연간 2조~3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올 들어 기업용 SSD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신제품 수율 개선에 집중하면서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3분기 서버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업체 간 경쟁도 심화하면서 낸드 가격이 빠지는 추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 4분기에 낸드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으나 이 시점은 다소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회사 측은 내년 상반기에는 모바일 수요에 힘입어 SSD 시장 수요도 성장하면서 가격 하락 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태 낸드 마케팅 담당은 “올 4분기엔 다소 부진한 SSD 수요에 기인해 낸드 가격은 전 분기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내년 상반기에는 모바일 수요 등에 기인해 이런 하락세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