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2차 보름 만에 조합설립 동의율 달성
지지부진했던 압구정에서도 하나둘 움직임
강남권 실거주 비율 20~40% 불과, 현실 부담 커져
“급하게 진행되면 소송 등 부작용 우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6개의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현대아파트 1~3차 일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제’를 시행을 앞두고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안에 재건축조합 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면 2년 이상 실거주 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를 받게 되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지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관련 절차가 급하게 진행되면서 소송 등 크고 작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13일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신반포2차는 지난 2003년 추진위가 설립된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이다. 그러나 정부 규제 발표 이후 지난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했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선 동별 소유주의 50% 이상, 전체 단지에서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전체 세대수가 1572세대임을 감안하면 보름 만에 1000명이 넘는 주민이 동의한 것이다.

신반포2차 재건축 사업이 17년 만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6·​17 부동산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선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배정받으려면 조합원 분양신청 시점까지 소유한 주택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전까지 아파트를 넘겨받으면 조합원 자격과 분양권을 줬다. 이제는 조합원 분양신청 시점까지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자동으로 현금청산자로 분류된다. 조합원분양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진행된다. 해당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선 연내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지은 지 최소 30년이 넘어 시설이 노후해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실거주 비율이 20∼40% 정도로 파악된다. 지방 파견, 교육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당장에 실거주가 어려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집주인들이 일시에 입주한다 해도 세입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현금청산자가 급증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 증가로 이어져 사업 지연 가능성도 존재한다.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설립총회 일정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이달 24일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추진위가 설립된 지 1년 만이다. 통합재건축으로 추진되는 개포주공6·7단지 역시 다음 달 14일에 조합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 단지는 조합설립 요건인 주민 동의율이 이미 75%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송파동의 한양2차와 강동구 명일동 삼익가든·천호동 천호우성 단지 등도 연내 조합설립이 유력한 곳으로 평가된다.

재건축 시장에서 좀처럼 움직임이 없었던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도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압구정1구역(미성1·2차, 상가통합)과 2구역(신현대 9·11·12차)은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다. 2구역의 경우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 50%를 확보했다. 동의서를 걷은 지 6일 만이다. 압구정4구역(현대 8차, 한양 3·4·6차)과 5구역(한양 1·2차)은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하고 조합창립총회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련 절차를 서두르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2018년 초과이익 환수제 재시행을 앞두고 강남권 단지들이 급하게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했다가 취소되면서 주민 간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졸속 사업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회피 목적으로 일반분양 통매각을 추진하다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 강남권 단지의 경우 절반 이상이 세입자들인데 해외에 살거나 등록 임대사업자, 부모 증여를 받은 자녀 등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실거주자가 되기 힘든데 살라고 하니 비상이 걸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 때처럼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면 소송 등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사업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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