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대화로 해결 촉구···의료공백 시 업무개시 명령 발동 조치 강조
파업에 개원의·전공의·전임의 참여 예상···의료대란과 소규모 혼란 등 전망 엇갈려
오는 14일 개원의 중심으로 진행되는 집단휴진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료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전공의와 전임의 참여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13일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집단휴진을 하루 앞두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청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협회 집단휴진 관련 국민과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협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 진정성을 믿고 오늘이라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 합리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장관은 “의대 정원 문제는 정부와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환자와 관련 없는 문제”라며 “환자들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진료 중단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국민 신뢰와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진료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의협의 집단휴진 과정에서 불법 행위로 환자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생긴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는 지역별로 휴진하는 의료기관이 많아 국민 생명과 안전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해당 지역 보건소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도록 조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업무개시 명령도 할 수 있다. 해당 의료기관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근거해 15일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복지부의 업무개시 명령 발동 조치는 의료대란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2시 기준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전국 3만3031개 의료기관 중 7039곳 즉, 21.3%가 휴진 신고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략 5곳 의료기관 중 1곳 정도가 휴진을 결정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복지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의료계 역시 집단휴진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의협은 김강립 복지부 차관이 지난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의협도 오는 14일 집단휴진을 예정대로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14일 집단휴진에는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주도로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전임의 등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밤 긴급대의원회 회의를 갖고 향후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14일 집단휴진에 전공의 참여는 확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7일 집단휴진 때보다 전공의 참여 숫자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전임의들의 집단휴진 참여도 큰 변수로 판단된다. 전임의는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를 지칭한다. 대개 의료계에서 펠로우 또는 임상강사로 불리운다. 지난 7일 집단휴진에 참여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해 진료 공백을 메운 인력이 전임의다.
전임의들이 집단휴진에 참여하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차질이 우려된다. 대전협이 최근 전임의 86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80% 가량인 734명이 집단휴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 교수들도 집단휴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특정 의료 분야 10년 근무를 조건으로 한 의대 정원 증원안과 최소한 의과대학설립기준을 파기해 부실의대를 만들려는 공공의대 설립안에 반대한다”며 “전공의들이 진행하는 집단휴진과 의대생들 수업 거부를 지지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처럼 14일 집단휴진을 주도하는 개원의에 전공의와 전임의 등이 합세하면 그동안 예상보다 더 큰 의료대란이 전망되는 분위기다. 특히 의료대란 발생 유무와 별도로 복지부나 지자체가 의료기관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거나 해당 기관이 반발, 15일 업무정지 처분이 진행될 경우 양측 갈등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증폭된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단 하나의 의료기관이라도 업무정지 처분을 당한다면 13만 회원들 의사 면허증을 모아 청와대 앞에서 불태우겠다”며 “해당 의료기관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기간 동안 13만 의사 회원 모두 업무를 정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예정대로 14일 하루만 집단휴진이 진행될 경우 소규모 혼란은 일부 있지만, 대형 의료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7일 집단휴진과 달리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이번 집단휴진에서 제외됐다. 또한 외래환자가 비교적 적은 금요일 휴진이 진행되며, 이미 7일 환자들이 휴진 사례를 겪은 경험도 있다.
이같은 전망에는 전제조건도 있다. 14일로 예정된 수술은 대부분 연기되는 등 조정됐고, 환자들도 급한 질병이나 응급 상황이 아니면 동네 의원이나 종합병원 방문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복수의 관계자는 “집단휴진이 14일 하루에만 진행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무기한 전면파업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다”며 “정부도 유연하게 나와야 하며, 의료계도 한 발 양보해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