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모두 살펴보기 어렵다는 회의론 나와
해외 자산의 경우 조사 기간 더 많이 걸려
“규제 및 처벌 강화 등 시스템 개선에 더 집중해야” 목소리도

사모펀드에서 연이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1만여개가 넘는 사모펀드 내부를 모두 들여다보기에 물리적 한계가 뒤따르는 까닭이다. 이에 일각에선 규제 및 사후 처벌 강화를 통해 예방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부실 사모펀드를 걸러내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지 사태에 이어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 JB자산운용 등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전수조사로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운용되고 있는 사모펀드 개수가 지난 25일 기준 1만273개 수준으로 조사인력 대비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처럼 펀드 명세서를 조작한 경우를 감안하면 보다 더 세세하게 펀드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펀드 전수조사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1만개가 넘는 펀드를 5개팀, 32명에 불과한 자산운용검사국이 정밀검사하려면 수십 년은 걸릴 일”이라고 했다. 조사 인력 수를 더 늘린다고 하더라도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다.

특히 해외 자산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해외 부동산 펀드나 특별자산의 경우 현지에 실사를 나가야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상태여서 현지 실사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사모펀드는 전체 사모펀드 중 3389개 수준이다. 이 중 해외 부동산펀드와 특별자산펀드는 1585여개에 이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수조사가 진행돼 문제되는 펀드를 잡아내면 좋지만 물리적인 한계 탓에 쉽지 만은 않은 작업이다. 전수조사로 문제되는 펀드를 발견하는 가능성보다 그 기간에 부실 펀드가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며 “사모펀드의 일탈을 막고 정상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끔 유인하는 근본적인 대책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규제 강화와 같은 제도 정비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모펀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급격하게 진행된 규제 완화로 관리의 한계를 벗어났기 때문인데, 이를 그대로 두게 될 경우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요건 3억→1억원 완화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에 대한 최소자본요건 40억원=→20억원→10억원 완화 ▲펀드 사전 심사제의 사후 등록제 변경 등 규제 완화가 사모펀드 사태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후 처벌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펀드는 투자계획서 상에 명시된 방법으로 운용이 돼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계속발생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고 이 같은 상황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문제된 행위에 대해서 처벌 수위가 더욱 높아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사모펀드 전수조사의 구체적인 계획은 내주 나올 전망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다음 주쯤 (사모펀드 관련) 조사계획을 밝힐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실무적으로 금융감독원과 협의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부실 사모펀드를 걸러내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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