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반도건설, 최근 앞다퉈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
업계 “지분 매입할 이유 없는데 무리하게 진행···주도권 다툼 가능성”
KCGI와 반도건설 속내 엇갈려···이사회 추천 인사 갈렸을 가능성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반도건설·조현아 3자연합 동맹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KCGI와 반도건설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KCGI나 조현아 측에 이 사실을 미리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CGI와 반도건설이 앞다퉈 무리하게 지분을 늘리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달 26일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을 통해 123만4500주(2.09%)를 매입했다. 이후 KCGI가 같은달 29일 11만1390주(0.19%)를 취득했다. 그러자 반도건설은 지난 1일 대호개발을 통해 12만6467주(0.32%)를 추가로 사들였다. 당시 주식 매입 가격은 주당 8만~9만원대 수준으로 이전 평균 매입단가인 약 3만2000원 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양 측이 지분을 늘리면서 KCGI는 19.54%, 반도건설은 19.2%를 갖게 됐다. 조현아(6.49%)까지 포함한 3자연합 지분은 45.23%로 조원태 회장 측 지분 41.3%보다 3.93%p 많다.
사모펀드인 KCGI의 경우 한진칼 지분을 늘려 추후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참가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자연스레 지분가치 상승이 이어지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한진칼 주가는 2만원대를 유지했으나, KCGI가 지분 매입을 하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23일 종가 기준 한진칼 주가는 8만5100원으로 1년 6개월여 만에 4배 가까이 올랐다.
반도건설의 경우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그동안 KCGI, 조현아에 가려져 있던 반도건설이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연합내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추후 시세차익을 통해 수익을 낼려는 KCGI와는 달리, 반도건설은 한진그룹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과정에서 KCGI와 반도건설이 추천한 이사회 인사가 엇갈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조 회장과 만나 명예 회장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매입시 보유 목적을 ‘단순 취득’이라고 밝혔으나, 추후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허위공시 논란에 휘말렸다.
다만 양 측의 불화설과 관련해 3자연합 관계자는 “반도건설과 KCGI는 여전히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는 9월 3자연합이 임시 주총을 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3자연합 측에서는 임시 주총을 열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3자연합이 지분에서 조 회장 측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경영권 찬탈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사해임 요건은 상법 제 385조에 따라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된다. 가결을 위해서는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즉, 조 회장 해임을 위해서는 66.66%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KCGI 관계자는 “올해 임시 주총의 경우 아직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