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송현동 부지 제값 못 받으면 결국 직원 구조조정까지 이어져”
“임기 종료 앞둔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의도”
헐값 매입보다 분할지급 더 큰 문제···내년말까지 2조원 마련해야 하는데 자금 부족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송현동 부지 헐값 매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박성수 기자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송현동 부지 헐값 매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박성수 기자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헐값에 매입하며 직원 고용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송현동 부지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자금이 부족한 대한항공이 추가 자산매각 및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직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1일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매각은 단순 수익을 얻기 위한 자산 매각이 아닌, 회사가 단 한명의 노동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서울시는 회사와 직원들의 자구 노력을 무시한 채 기회를 틈타 송현동 부지를 차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현동 부지 매각에 차질이 생길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항공기정비(MRO)사업이나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업부가 매각될 경우 3000여명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송현동 부지 가격을 최소 5000억원, 최대 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밝히며, 부지 보상비를 4761억원에 책정했다.

서울시가 부지 공원화 계획을 발표한 후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선 곳이 사라졌다. 최근 대한항공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나, 단 한 곳도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발표 전에는 4~5곳에서 입찰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 발표 이후 입찰의사를 모두 철회했다”고 말했다.

부지 용도가 ‘문화공원’으로 한정되면 해당 부지에 건물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이 이 땅을 매입해도 다른 개발로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련해 노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기 말에 갑작스레 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며, 민간 땅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사적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부지 헐값 매각도 문제지만 분할지급이 더 큰 문제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입금을 2022년까지 2년간 분할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내년 지급금은 467억1300만원으로 부지 보상비의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남은 4200여억원은 2022년에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게 1조2000억원 자금을 지원하며 내년 말까지 2조원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장 목돈이 필요한 대한항공으로서는 서울시의 분할지급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한편 대한항공 노조는 향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송현동 부지 매입을 계속 진행할 경우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통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