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운용 펀드 일부, 무자본 M&A 이용 의혹 나와
사모펀드 자금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 목소리 대두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무자본 인수·합병(M&A)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펀드 환매 중지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투자 자금이 공통적으로 무자본 M&A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펀드 자금이 이른바 기업사냥꾼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펀드 자금의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기업 채권에 투자한다던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옵티머스크리에이터(옵티머스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자금이 대부디케이에이엠,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엔드류종합건설, 라피크 등 5개 비상장사에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펀드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며 이들 기업의 사모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흘러들어간 자금 일부는 코스닥 상장사의 무자본 M&A와 관련해 쓰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코스닥 상장사인 해덕파워웨이가 대표적으로 이 회사는 2018년 6월 한 성형외과 원장인 이모씨에게 팔렸다. 이모씨는 자기자본 50억원에 250억원의 차입금을 더해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이모씨는 보유주식 전량을 담보로 잡고 130억원의 자금을 대출 받았는데 계약자가 트러스트올이었다. 트러스트올은 대부디케이에이엠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곳이다.
이후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회삿돈 약 370억원을 신탁했다. 회삿돈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들어간 뒤에는 이 모씨가 비상사인 화성산업에 해덕파워웨이 보유 주식과 경영권을 301억원에 매각했다. 화성산업의 최대주주는 셉틸리언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진다. 이에 해덕파워웨이 소액주주들은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의 자본으로 무자본 M&A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은 이를 부인한 상태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도 무자본 M&A와 관련된 잡음이 나온 바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자금이 무자본 M&A 세력에 흘러들어갔고 M&A 세력이 상장사를 인수한 다음 자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로 라임자산운용에서 돈을 끌어와 무자본 M&A에 나서는 등 기업 사냥을 주도한 혐의로 현재 구속 기소된 상태다.
사모펀드와 결탁된 무자본 M&A는 피인수 회사뿐만 아니라 펀드 투자자들 모두에게 손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병폐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무자본 M&A는 한 세력이 차입금 위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신사업 등 허위 공시와 호재성 재료로 주가를 띄워 차익 실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에서 자금유출 및 횡령·배임이 일어나기도 한다. 무자본 M&A의 표적이 된 기업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무자본 M&A의 자금을 빌려준 대가로 이자 수익을 취할 수 있지만 자칫 자금이 묶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탈법적인 행위에 자금이 쓰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에 사모펀드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라임사태 이후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는 했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걸러낼 수 없었다. 실제 투자된 자산이 아닌 조작된 펀드명세서만 봤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제대로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며 “투자자 피해와 무자본 M&A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펀드 자금에 대해 보다 더 강한 관리·감독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