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확보→제작 →배급 등 벨류체인 구축
케이툰·블라이스 등 플랫폼 활성화부터 해결해야

구현모 KT 대표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구현모 KT 대표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KT가 최근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적재산권(IP) 확보→제작→배급에 이르는 콘텐츠 벨류체인 구축에 공을 들인다. KT의 이같은 전략은 카카오의 콘텐츠 전략과 상당부분 비슷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KT의 콘텐츠 강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웹툰 플랫폼 케이툰과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 활성화 등 선결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16일 KT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설립한 독립 법인 스토리위즈가 최근 사무실을 개소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KT는 자회사 스토리위즈에 웹소설·웹툰 유통사업과 웹소설 플랫폼 사업, 이와 관련된 자산과 지위, 영업권·판권 등을 포함해 80억4000만원을 양도한다고 공시한바 있다.

KT는 스토리위즈가 운영중인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와 KT가 자체 운영 중인 케이툰 등을 통해 다양한 IP를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이후 확보한 IP를 바탕으로 드라마 등을 제작해 OTT 플랫폼인 시즌 등에 배급하겠단 방침이다. 실제로 KT는 최근 케이툰의 인기 웹툰 ‘썸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썸툰 2020’을 제작해 시즌과 슈퍼VR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썸툰 2020은 KT가 가진 IP를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까지 쓰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 케이툰, 리뉴얼 출범 후 4년 됐지만 점유율 1%대

KT의 이같은 콘텐츠 강화 전략은 카카오의 콘텐츠 전략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IP를 확보한 후, 카카오M에서 이를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카카오는 향후 모바일 방송 플랫폼 ‘톡tv’ 등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그러나 KT의 콘텐츠 강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KT의 경우 선결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케이툰과 블라이스 활성화가 급선무다. 

케이툰은 KT가 지난 2013년 선보인 ‘올레마켓웹툰’을 리뉴얼한 것으로 지난 2016년 출시됐다. 당시 웹툰과 출판만화, 소설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KT가 야침차게 선보인 서비스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케이툰을 보는 독자는 많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케이툰의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지난 2018년 수익 부진을 이유로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원고료 폐지 등을 통보한 이른바 ‘케이툰 사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KT가 지난 2018년 선보인 웹소설 전문 플랫폼 블라이스도 사실상 독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블라이스는 웹소설 작가들이 직접 사이트에 자신의 작품을 올려 등록,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출범 당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에게 작품을 추천하는 기능 등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현재 블라이스를 아는 독자는 많지 않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KT가 블라이스나 케이툰을 통해 인기 있는 IP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최근 네이버 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가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KT의 콘텐츠 플랫폼들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급하게 만든 플랫폼이 체한다?

KT의 콘텐츠 플랫폼 흑역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KT는 지난 2012년 ‘파란닷컴’ 서비스를 종료한바 있다. 파란닷컴은 KT 자회사 KTH가 지난 2004년 선보인 포털사이트다. 2004년 당시 포털 한미르 회원 2000만명, 하이텔 400만명, KT에서 위탁 운영했던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가입자를 흡수하는 등 300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대형포털로 출발했지만 결국 네이버, 다음 등 경쟁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자료=KT
자료=KT

확보한 IP를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웹툰이나 웹소설을 영상화하는 것은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인데, 따로 전문 자회사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품질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의 경우 자회사 카카오M에 과거 CJ ENM 수장을 맡았던 김성수 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영입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최근 웹툰·웹소설 영상화에 힘을 쏟고 있는데, 아직은 주연 배우의 인기에 흥행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콘텐츠 전문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도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속에서 통신사 기반인 KT가 얼마나 전문성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OTT 플랫폼 시즌도 구독자를 더 늘려야하는 과제를 안았다. KT의 콘텐츠 강화전략 중 마지막 단계인 배급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일종의 유통 채널인 시즌이 성공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경쟁사들에게 밀리는 모습이다. 

온라인 트래픽 측정회사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시즌의 5월말 기준 순 이용자 수는 236만 수준으로 추정된다. 경쟁사인 SK텔레콤 웨이브와 넷플릭스 등이 각각 400만명 수준의 이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익명을 요구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KT의 경우 웹툰이 뜰 때 급하게 웹툰 플랫폼을 만들고, 웹소설이 뜰 때는 웹소설 플랫폼을 만드는 등 매번 급하게 관련 플랫폼부터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는 급하게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관련 시장에 대한 분석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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